▲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추적기 <나흘간의 기억> 표지
공갈만
(4화 : 살해동기 '부녀 성관계', 주변인은 아니라는데 에서 이어집니다)주변 사람들은 왜 부녀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 것일까? 그것은 부녀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다. 일단 아버지부터 살펴보자.
백경환(가명)씨는 1950년에 태어났다. 그는 집에서 둘째 아들이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태어나고 나서 3~4년 지나 출생신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사건 발생 15년 전부터 부녀가 성관계했다면 당시 백씨의 실제 나이는 45세가 아니라 50세 전후였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해당 연령대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노년기라서 '육체적 관계를 갖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사건기록을 검토한 전직 형사과장은 설령 부녀가 진짜 범인이었다고 해도, 그들이 대응만 잘했으면 이 사건의 용의 선상에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서 딸이 자백했어도 아버지가 부인했다면 상황은 두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자백이 엇갈린다면 자백을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버지 백경환씨는 왜 혐의를 부인하지 못했던 것일까?
변호인 생각은 이랬다. 백경환씨 집안에 정신병을 앓았던 가족력이 있어서 그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백경환씨 부모님은 정신이상인 큰아들을 치료하고자 재산을 모두 쏟아 부었다. 정신질환 증세는 그다음 세대에도 나타났다.
백경환씨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지 초등학교 2학년 때 중퇴했다. 백경환씨는 35세에 마을 주민 소개로 아내 최씨를 만나 결혼했다. 1980년대 백씨는 동생이 운영하는 블로크 공장에서 일했다. 화물차에 블로크를 싣고 다른 지역으로 운반하는 일이었다.
제수씨 기억에 아주버님인 백씨는 착하고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다. 백씨는 트럭 운전 중에 경찰이 보이면 먼저 당황했다. 당시 경찰은 교통법규 위반이나 과적 차량만 잡는 것은 아니었다. 용돈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괜히 차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백씨는 차를 세우라는 경찰 신호를 볼 때부터 면허증을 제시할 때까지 벌벌 떨었다고 한다. 백경환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옛날 젊었을 적에... 승용차 세차 일을 했는데 그때 다른 사람 차가 사고 나는 것을 보고 그 이후로 저는 절대로 (차를) 빌려주지도 않고 남의 차에 올라가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