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대나무숲최근 페이스북에는 '어둠의' 대숲들이 늘어났다. '어둠의'라는 수식어가 드러나듯, 쌓인 이야기들을 한 번 풀어보라는 암시가 깔려있다.
페이스북 갈무리
'안녕들하십니까' 운동은 페이스북에 대자보 실황중계를 하며, SNS 파급력을 잘 살린 케이스다. 대학생들은 '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즉 자기 이야기를 잘 하고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는 문화자본을 갖추고 있었다는 게 크다.
스파크가 사라지자 절묘하게도 2014년부터 페이스북에는 각 대학 이름을 단 대숲들이 등장했다. 사회를 향해 외치고픈 열망이 계속됐고, 트위터와 '안녕들하십니까' 운동의 익명성과 실명성을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놓은 구색을 갖췄다.
각 대숲 페이지에 제보글을 올리려면, 외부의 구글 문서시스템이나 학생들이 자체 프로그래밍한 익명제보함을 거친다. 이때 관리자에게도 익명성이 보장되고, 관리자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대숲에 옮길 만한 글인지 아닌지(주로 욕설, 인신공격 등이 걸러진다) 판단한다.
옮겨진 글을 보고, 실명으로 꾸준히 자기 주관을 드러내는 적극적인 사람들이 있다. 제보는 개인적 연애, 학점, 취업 고민 이야기부터 대학 구조조정이나 국정원 논란 등 사회 현안까지 폭이 넓다. 관리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엄격한 대숲은 인기가 떨어진다. 언제든 페이지 구독을 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훈은?
운동에는 주체들의 '상호 견제'가 필요하다.정치와 문화의 가장자리에서페이스북 대숲은 한계가 있다.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이용자들을 참여시키고 상호견제를 통해 균형을 갖추지만, 대숲은 여전히 '유령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목소리(제보)는 어둠 속에서만 들려오고, 메아리(댓글)의 수신이 완료됐는지 알 수 없다.
의제들도 파편적으로 올라오니,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 일상의 공간에 출현하기도 어렵다…. 결국 대숲은 대숲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