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 관련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NHK
지난 8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아베 담화를 준비하면서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간 검토를 거친 후 정책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아베 담화에서는 전반적으로 이 위원회의 내용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원회는 이미 멤버의 구성에서부터 아베 총리의 최측근이나 보수 우익 인사를 임용했다.
정책 결정 프로세스를 밟고 있는데도 여론에 대한 압력과 조작, 그리고 의회를 무시한 다수의 폭력적 정책 집행은 아베 내각을 독재 정권, 비민주주의 정권, 의회 파괴주의 등으로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의 보수 우익 세력은 제2차 아베 내각을 두 번 다시 없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파악하고 있다. 모든 정책을 타임테이블을 맞춰 놓고 타협 없이 시나리오대로 실시하는 일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보법제의 성립은 이들의 숙원인 헌법 개정과 군사적 자립 노선을 위한 포석이다. 지난 8월 14일 발표된 아베 담화는 교육과 역사 인식에 있어서 정치적 자립을 기획하는 보수 우익의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아베 담화가 장문의 추상적인 문장인데도 분석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한국 식민 지배 거부' 아베 담화의 의미첫째, 아베 담화는 역대 정권의 담화를 계승했다고 하지만, 그 본질적인 성격은 전혀 계승하지 못했다. 담화를 분석할 때 침략 전쟁의 성격, 식민 지배의 인식, 반성과 책임의 표현이 핵심 요소다. 아베 담화는 '침략 전쟁'에 대해 일본의 주체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세계 열강들의 식민지 각축이 일본으로 하여금 전쟁에 참여하게 했다는 외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통렬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반복적으로 이러한 마음을 표현해 왔다"는 과거형으로 표현했다. 아베 총리 자신의 언어로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하는 형태는 피했다.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전쟁과 식민지 지배로부터 결별해야 한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주어가 없는 문장이 많다는 표현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연합군과 중국에 대해 전쟁에 대한 사죄는 밝히고 있지만, 한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인식은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아베 담화는 한국에 대해서는 교전 국가가 아니었고 자신들의 식민지 영토였다는 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1910년의 강제 합병에 대해서도 강제성은 일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된 식민 지배였다는 인식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인식은 전후 보상 과제에 대해서도 연합군 포로와 중국에서의 일본 민간인 잔류, 시베리아에서의 일본군인의 억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동일한 문제에 연관된 조선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선인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전후 보상의 추가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담화 전체에서 두 곳에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아베 담화에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아베 총리가 유엔 및 미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전쟁과 여성의 보편적인 피해 문제로 대체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의 중요한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해결의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 담화였다는 측면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 보상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어느 정도 한계를 갖고 있었다. 다만 이후 '아시아여성기금'을 실현했다.
이외에도 아베 담화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탈원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ODA의 군사적 전용을 추진하면서도 '적극적 평화주의'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아베 담화는 이처럼 전체적으로는 모순된 표현이 많고, 아베 총리가 역대 발언해 왔던 내용과의 괴리도 심각하며, 실질적인 정책이나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진심 어린 담화라고 보기가 어렵다.
아베 담화에 대해 일본의 지식인과 언론조차도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책임도 없고, 문제 의식 및 철학도 부족한 담화'라고 지적하면서 '이럴 거라면 무엇하러 발표하였는가'라며 혹평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안보 법제는 '위헌'아베 담화는 안보법제 정국과 맞물리며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내용으로 변질됐다고 할 수 있다. 자민당이 추천한 헌법 학자조차 안보법제는 위헌이라고 지적했으며, 안보법제 처리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생각보다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국회 심의 일정을 9월 말까지 연장해, 아베 담화는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회기 중의 담화가 돼 버렸다.
이러한 연유로 아베총리는 안보법제의 통과를 위해서도, 야당과 주변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지지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 결국 타협적인 담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담화 속 "러일전쟁은 아시아의 식민지 해방에 영향을 주었다"라는 표현에서 보이듯 극우 세력에 대한 배려와 '식민지, 침략, 반성'이라는 단어를 곳곳에 삽입하면서 미국 및 중국에 대한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한국에 대한 배려는 일체 보이지 않는 담화였다. 이러한 아베 담화의 내용에 박근혜 정권의 대일 외교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아베 담화는 애초의 기획과는 달리 외부의 압력과 주체의 흔들림에 의해 '실패한 쿠데타' 작품이 돼버렸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실패한 쿠데타지만, 한국만은 정확히 확인 사살한 잔인한 작전이었다.
아베 내각과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