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반 성채 반성채 아래에는 공원이 있고 산 성채도 관광객이 많은 시간대는 안전하다. 단지 반성채 인근 도로나 공원반대편 공동묘지쪽에 껄렁한 동네 아이들이 있다.
정효정
입구의 공원을 지나 반 성채에 올랐다. 바위산 위에 우뚝 서있는 이 성채는 기원전 9세기 우라루트 왕국이 세웠다. 가파른 돌산을 올라가면 오래된 흙 담과 성채가 나온다. 성채 꼭대기에서는 광활한 반호수가 보이고, 성벽 끝에는 반 호수를 비추기 위한 등대가 있다.
해가 떨어지며 반 호수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이다. 경치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 한다. 하필 길목에 이 지역 청년 몇 명이 보인다. 나를 보더니 서로 웃으며 눈짓을 하는 모습에 내 직감이 강하게 외쳤다. '저쪽으로 가지 마!'
잠시 고민하는데 마침 한 무리의 현지 가족이 지나갔다. 얼른 친한 척을 했다. 그러다 이들과 친해져 집에 초대받았다. 노 할머니, 할머니, 아이들, 남자들, 여자들 총 12명의 대가족이었다. 30분이 지나자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어느새 가족이 되었다.
함께 요리를 준비하고 기도 시간에는 함께 팔, 다리, 머리를 씻고 기도하는 법을 배웠다. 밥을 먹을 때는 남자들은 거실에서 식사를 하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쪼그려 앉아 먹었다. 밥을 먹다가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부엌에선 여자들만의 잔치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