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몰려든 소떼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릭샤기사
정수지
아까 내뱉은 말과 달라진 자신의 행동이 멋쩍은지 살짝 손만 내저으며 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의 릭샤를 타고 식당으로 가는 길. 릭샤 기사는 이제껏 다른 기사에게 들어보지 못한 꽤 유창한 영어로 방금 전 자신의 태도를 해명하듯 쏟아냈다.
"당신들에게 금액을 높게 부른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걸 알아야 해요. 현지인과 같은 금액으로 관광객에게 운전하는 릭샤 기사는 많지 않을 거란 걸요. 솔직히 이곳에 관광을 온 외국인이니 가격을 높게 부른 건 맞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어쨌거나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수시라고 해요. 다들 어디서 왔어요? 이름이 뭐예요?"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당신 이름이 뭐라구요? 내 이름도 수지예요, 수지."발음이 미묘하게 달랐지만, 얼핏 들으면 같은 발음이었다. 이름 덕분인지 조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는 우리의 자이푸르 일정을 구체적으로 물어갔다. 사실 셋 다 자이푸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는데 오게 된 이유도 인도친구가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델핀과 안토니는 "코끼리를 탈 수 있지 않나요?"하고 물었다. 고작 내가 아는 정보라곤 '핑크색 도시'라는 별칭뿐이었다. 수시는 우리의 말을 듣고서 자신이 자이푸르 출신임을 강조하며 특별한 제안을 했다.
"당신들이 좋아할 곳을 내가 알아요. 우선 나를 믿어보세요. 내 말은 정말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늘 나를 믿어본 후에 내일 우리가 함께할지 아닐지를 결정하세요."그는 자이푸르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명소를 안내하겠다며 자신했다. 만약 마음이 이 사람을 거부했다면 이미 돌아섰을 텐데 우리는 식당 앞에 서서 그의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 우리를 속이려 했지만 이후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은 그리 밉지 않았다. 정말 이런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까 전까지 절대 속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마음이 '오늘 저녁까지만 함께 다녀볼까?'로 어느 순간 변해버렸다. 모르긴 해도 알 수 없는 진심이 느껴져서일 테다. 함께 해서 좋을지 혹은 나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것 또한 믿지 않으면 알 수 없을 터. 우리는 그가 안내해주는 곳을 식사 후에 가기로 결정했다.
호스텔에서 추천한 니로스(Niros)는 셋이서 먹기에 그리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나흘 동안 먹었던 인도 음식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나는 탄두리 버터 치킨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한국의 양념 통닭이 위기를 느낄 정도로 황홀한 맛이었다. 셋 다 쉴새 없이 갈릭난, 버터난, 치즈난을 찢어가며 먹었다. 손이 그렇게 바쁠 수 없었다.
"그거 알아요? 이 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