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만나면 조금 부끄러워진다는 델핀의 타투. 내가 보기에 멋지기만 하다.
정수지
호스트의 말대로 그린 파크(Green Park) 역에서 하차해 릭샤 흥정을 했지만 짐이 많아 좀처럼 먹히질 않았다. 두 대로 나눠 타야겠다며 각자 릭샤를 잡던 중 경찰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디로 가시나요?" 우리가 호스트의 집주소를 보여주자 건너편에 있던 릭샤 한 대를 불러준다. 가격까지 흥정해준 그 경찰 덕분에 셋이서 함께 갈 수 있었지만 뒷자석 공간이 부족하여 덩치가 제일 작았던 나는 운전자 옆에 대롱대롱 매달려 타야 했다. 정말 떨어질 듯 매달려서 내가 비명을 질러가는 와중에 운전수는 계속 길을 헤매고 델핀과 안토니는 웃겨 죽겠다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상황에서도 허리를 꺽어가며 포즈를 취하고 급기야 스릴까지 느껴가며 10여분 만에 숙소에 다다랐다.
도착한 숙소는 경비초소가 따로 있는 고급 빌라촌이었다. 게다가 가정부가 두 명씩이나 있는 상류층 집이었는데 집 내부 장식은 호화롭고 정말 고급스러웠다. 우리 방도 크고 깨끗해서 정말 귀한 손님이 초대 받은 느낌이었다. 집주인이 제공해준 '웰컴 짜이'를 한 잔 하고서 곧장 점심식사를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섰다.
집주인은 '호스 카스 빌리지(hauz khaz village)'라는 곳을 추천해 주었다. 그곳 분위기는, 정말 내가 인도에서 처음 느끼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상점이 즐비한 젊은의 거리였다. 가로수길 같기도하고 삼청동 뒷골목 같기도 한 동네. 우리는 골목길에서 마주친 손가락 벽화가 가리키는 방향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이탈리안과 인도식 퓨전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일인당 500루피로(한화 약 구천원 정도) 정말 근사한 점심식사를 배불리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호스 카스 빌리지 주위를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그라행 표를 끊기 위해 서둘러 뉴델리 역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