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장맛비에 금강의 수위가 상승하고 공주보 수력발전소 입구 오탁방지막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렸지만 공주보 승강기식 수문은 이번에도 열리지 않았다.
김종술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정부도 알고 있었던 걸까요? 정부는 4대강 금강살리기 사업을 홍보하면서 바닥층에 쌓이는 토사는 승강기식 수문 작동으로 흘려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맛비가 오기 전 수문을 열어 담수량을 줄여서 홍수도 막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전에 장맛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강물은 흙탕물로 뒤집히고 수위가 올랐지만, 이게 웬일입니까? 승강기식 수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기막힌 기회, 즉 바닥층의 펄과 큰빗이끼벌레, 깔따구까지 한꺼번에 바다로 쓸어버릴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공주보 준공 시기를 돌아보면 2011년 12월에서 이듬해 4월로, 다시 6월로, 또다시 7월 20일로, 그러더니 8월 1일로 준공을 수차례나 미루다가 어렵사리 마무리했습니다. 2012년에 공주보 승강기식 수문을 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4대강 공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고장난 게 아닐까"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문을 열 필요가 없었다, 고장나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지난 6월 24일부터 4대강 탐사보도를 위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근기자와 시민기자 20여 명이 달라붙어서 금강을 샅샅이 훑었습니다. 녹조, 큰빗이끼벌레, 깔따구, 실지렁이 등을 만지고 주무르며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를 했습니다. 기획기사도 내보냈습니다. 4대강 사업 완공 후 3년이 지난 금강의 충격적인 민낯을 알렸습니다.
그 뒤에 언론사들이 금강으로 몰려왔습니다. 중앙방송사와 신문사, 시사프로까지. 저는 또 언론사들과 함께 한 달 정도 강바닥의 검게 썩어버린 펄 흙을 퍼 올리고 큰빗이끼벌레를 건지고 주무르면서 살았습니다. 언론에 비친 금강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겠다면서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말은 비슷비슷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심하네요."참 부끄럽습니다.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4대강 삽질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수문 하나 열지 못하고 망가져 가는 금강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부끄러움도 모르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죠.
자아도취에 빠진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