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게이트(India Gate)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다시 들렀다. 카메라만 없었다면 저 분수 위로 올라갔을텐데 못내 아쉬워하며
정수지
종명군과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오늘 쓴 돈을 계산해보았다. 890루피, 한화로 약 1만 6000원정도였다. 도대체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물, 릭샤비, 레드포트 입장료, 가이드 오디오, 점심 식사는 심지어 내가 계산했으니 물가가 정말로 저렴하긴 하다. 일 마치고 돌아온 차란은 친구집까지 스쿠터로 이동할 거라며 나에게 오토바이 헬맷을 씌워주었다. 일반 좁은 도로에선 괜찮았는데 강변북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는 정말이지 기겁할 뻔했다.
"다른 길 없어? 나 진짜 불안해서 그런데... 무서워. 곧 죽을 것 같아.""오늘 죽으면 어때? 내일 죽으면 어때? 우리는 어짜피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 다 죽을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미리 겁먹지마. 너 좋아하는 노래 없어? 그냥 노래 불러봐!"그의 말을 듣고서 불현듯 생각나는 노래가 있었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나는 사나이이~~""와우 캉~남~쓰따일!!!!!!!!!"두 소절 듣고 게다가 한국어로 부르는 내 노래를 단번에 알아맞추는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적인 메가 히트곡이 맞나보다. 나는 열창을 하며 후렴구에서는 미친듯이 소리질렀다. 오빤 강남스타일~! 빠바바빠빠빠빠~섹시 베이베!!! 그냥 이 순간을 즐기자! 노래를 부르며 정말 모든 걸 던져버릴 정도로 강남스타일을 외쳤다. 운전하는 차란도 함성을 지르며 신이났다. 나더러 웃겨죽겠다며 진짜 이상한 캐릭터란다.
"방금 전까진 무섭다 난리치더니 지금은 너무 즐기고 있잖아. 너 정체가 뭐야?"차란의 집에서 목적지까지는 스쿠터로만 30분 가까이 걸렸다. 초대받은 집에는 스페인 커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1년 반 동안 델리에 머물고 있었는데 "인도를 사랑해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이었다. 다른 인도 친구도 오고 일을 마치고 온 다부도 합류했다. 맛있는 파스타와 모히또를 대접받으며 여행과 인도를 사랑하는 이들과의 대화는 무르익어 갔다. 스페인 커플의 집을 나서면서는 다부까지 탑승하며 삼치기(?)가 되었다.
이 동네에 친한 친구가 살고 있다며 다시 오토바이를 세우더니 5층 계단을 올라 건물 옥상까지 갔다. 그를 따라간 곳에는 러블리한 옥탑방이 있었다. 차란과 다부의 절친, 그리고 그의 독일인 여자친구가 함께 사는 곳이라고 한다. 갑자기 술판이 벌려져 차란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차란은 계속 나를 마이 프렌드 수지라 칭했다. 사람들과 자연스레 섞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 주려고 애썼다. 그 옥탑방을 나서며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던 길목에서 또 차란의 친구를 만났다. 정말 베스트 프렌드라며 친구의 가족들과 한참을 또 이야기 나누다가 수박까지 얻어먹고서야 자리를 떴다.
"수지 피곤하지 않아? 힘들지?" "차란 그거 알아? 오늘은 정말 하루가 일주일 같았어."말한 그대로다. 정신없었지만 이 경험은 인도에 온 여행객 아무나가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인도에 온 지 이틀 만에 델리를 다 순회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마 델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럴 거일테지.
"수지 괜찮아? 바부 괜찮아?"차란은 계속 우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우리는 괜찮아!!! 동시에 대답하자 그가 요리조리 스쿠터를 움직거렸다. 우리는 와!! 환호성을 뿜어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다시 강남스타일을 불렀다. 둘은 좋아서 소리를 지르고 강남스타일만 따라 외치고 있다. 갑자기 집 근처에 다와서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며 어디론가 방향을 틀었다. 막 문을 닫고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뛰어 들어갔지만 이미 영업이 끝난 것 같았다. 우리는 문에 매달려 약 5분간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애원했다. 사장은 문을 닫았다고 안 된다고 했지만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우리는 가게 문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저는 이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 머나먼 한국에서 왔단 말이에요. 꼭 주세요 제발요!!"사장은 피식 웃으며 다시 불을 켜고선 냉동고를 열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맛을 선택할 수는 없어. 주는 대로 먹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