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대나무숲의 역사적 기원은 <삼국유사>에도 등장한다. 신라 제48대 경문왕 때, 왕위에 오른 경문왕의 귀가 갑자기 당나귀처럼 커졌는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두건 만드는 기술자 한 사람 뿐이었다. 왕은 그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고 기술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길 없던 두건 만드는 노인은 도림사 대나무 숲 가운데 들어가 대나무를 바라보고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들렸으니, 왕이 이를 싫어하여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어버렸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라고 들려왔다는 이야기다(위키백과). 이는 비밀 장소에서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부조리를 속시원히 폭로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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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역사는 서기 2012년 트위터 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을(乙)이라는 한 트위터리안이 있었는데, 그가 다니는 출판사 사장 갑(甲)은 악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소연 할 곳 하나 없던 을이, 어느날 설움에 울컥해 자기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을 땅에 떨궜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자리에 신령스런 대나무 한 그루가 분연히 솟으니, 을이 이 대나무를 분신처럼 아껴 '출판사 X'라는 계정명을 붙여주었더라.
이후 을은 대나무 옆에 몰래 걸터앉아 한풀이를 하곤 했다. 갑이 월급 적게 주려 꼼수 부린 이야기, 부동산 차명 은닉, 보수단체 집회에 직원 동원한 것 등... 그런데 이를 우연히 듣던 종달새들이 그냥 묻어둘 이야기가 아니라며, 나무들 사이를 바삐 오가며 '리트윗'하니,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주변 나무와 그 주인들이 모두 알게 됐다. 그런데 이것이 그만 갑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만 것이다.
얼마 뒤 을은 갑이 전직원을 소집했다며, 눈물을 머금고 그 꼿꼿하던 '출판사 X'를 꺾어버렸다(계정폭파). 이 참극을 지켜본 트위터리안들이 어찌나 슬피 울던지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듯했다. 그런데 그 눈물 떨어진 자리에 우후죽순처럼 또다른 대나무들이 솟아오르니(!), 20일 사이 크고 작은 대나무숲이 100군데 가량 우거질 정도였다.
그 품종도 다양해, '○○○ 옆 대나무숲'하는 식으로 출판사·언론사·학계 심지어 고부갈등까지 포괄하니 이때를 가히 '구 대나무숲' 시대라 부를 만하겠다. 이전엔 을 혼자서 부담을 다 짊어졌다면, 이젠 자기 분야의 숲 앞에서 모두에게 공개한 '비밀번호'란 것만 외치고 들어오면 다수가 신출귀몰하게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 지르고 내뺄 수 있는 터였다. 갑들이 그 외친 자들을 색출하기 어려워 혼비백산에 빠졌고, 이에 글 꽤나 읽었다는 교수들도 논문을 탁! 치면서 '그래, 바로 저것이다'라 찬탄했더라.
그러나 이 게릴라전은 오래가지 못했으니, 어디서 유입된지 모를 무도한 무리들이 숲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대나무를 갉아먹고 불을 지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운영방해 및 계정폭파). 또한, 익명성을 악용해 반사회적 표현이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왜곡된 내용을 외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숲의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말았다.
"모든 전설의 시작은, 을의 '눈물 한 방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