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 파고다 숲2압도적 풍광에 언어는 굳었다.
전병호
신들의 나라 바간 품에 들다미얀마의 선물 같은 인레 호수 탐험을 마치고 심야버스에 몸을 실은 일행은 장장 10시간의 울퉁불퉁 멀미 길을 달려 바간에 도착했다. 새벽 5시반 도착을 예상했는데 미얀마 버스답지 않게 너무 일찍(?) 두 시간이나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우리의 일정은 꼬이기 시작했다. 새벽녘 바간 일출을 보는 것이 첫 일정이었는데 한밤중 배낭과 함께 짐짝 부리듯 내쳐진 일행은 난감해졌다. 하는 수 없이 일출 구경은 포기하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일단 이동하기로 했다.
도착부터 먹잇감을 향해 끊임없는 사냥을 시도하던 라인까(Line Car-미얀마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우리나라 마을버스쯤 되는 작은 트럭을 개조한 미니버스) 호객꾼은 인당 6천짯부터 흥정을 시작했지만 벌써 10일차가 넘은 노련한 여행자의 능숙한 흥정에 결국 인당 1천짯에 합의했다.
반나절 추가비용을 더 지불하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일행은 이내 곯아 떨어졌다. 세 시간 남짓 토막 잠이었지만 한마디로 '꿀잠'이었다. 물먹은 솜 같이 침대에 파고 드는 몸을 깨운 것은 자명종이 아니라 놀랍게도 창문을 두드리는 미얀마 새였다. '새가 창문을 두드리다니' 이 믿지 못할 사건은 삶 속에 보시가 습관화 되어 있는 미얀마 사람들의 작품이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바 있다 -
땅예친 미얀마7/삶 속의 보시 흥애싸).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바간에서의 첫 아침은 이처럼 상서로운 기운을 받으며 시작하였다.
"야 달래 밭이다" 지천이 나물 밭인 산골마을인데도 달래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 나물이었다. 운 좋게 달래가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산삼 찾은 심마니 마냥 '달래 밭'을 외쳤다.
"야 파고다 밭이다"
신비로운 황홀경을 접하고 떠오른 말이 뜬금없는 '달래 밭'임이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바간은 말 그대로 지천이 파고다인 '파고다 밭'이었다. 양곤이나 만달레이, 인레주변 등에서 크고 작은 파고다들을 보았지만 이처럼 수많은 파고다가 한 곳에 널려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천 년을 넘게 버텨온 파고다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