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행정입법을 둘러싼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은 해묵은 것이다. 이른바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처음 마련한 이는 야당-여당 원내총무와 법무장관을 두루 거친 박상천 의원이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96년 11월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에 "행정부가 비대해지면서 행정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국회의 비판기능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었을 때 일주일 이내에 국회에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문제의 98조의 2를 신설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이듬해 통과시켰다.
이어 박 의원은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원내총무와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2000년 2월에도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개정안은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시정'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과 흡사했다. 그렇지만 공동여당인 자민련의 원내총무이자 판사 출신인 김학원 의원이 3권 분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결국 '시정'이 아닌 '통보'를 하는 선에서 법안 내용이 절충되어 처리됐다.
이어 2002년 3월 16대 국회에서는 행정입법이 폐지된 경우에도 이를 국회에 제출하고, 제출 기간을 7일에서 열흘 이내로 연장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또 행정입법을 '국회'가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에 직접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이처럼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처음 마련하고 강화한 것이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고, 그것도 여당이 주도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도입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와 함께 행정부 통제수단의 양대 산맥이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을 강화하는 취지의 개정안을 주도한 적도 있다.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권력(다수당)을 열린우리당에 넘기게 되자 국회 권한을 강화해 노무현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 결과 2005년 7월 17대 국회에서 대통령령의 입법예고안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지적사항을 통보받은 중앙행정기관은 이에 대한 처리 계획과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 하도록 '심사의견 처리 의무'가 추가되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 국회의원 5인이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운영위원회 소위원회가 마련한 안을 대안으로 해서 마련된 개정안이다.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는 국회의장이 국회개혁자문위원회 자문을 받아 제시한 개혁안(행정입법 중에 법의 취지를 벗어나거나 위임받지 않은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권익을 보호·증진할 필요가 있음)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이처럼 국회에서 행정입법 통제권이 신설되고 강화된 취지와 과정을 보면, 이번 국회법 개정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밀어붙인 박 대통령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행정부의 누적된 '입법 하극상'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국회의장이 제시한 개혁안이나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이 제시한 개정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회가 행정부의 집행권을 무력화시켰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은 국회를 '통법부'로 간주하는 '유신공주'의 사고에 머물러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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