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낙의 여자 아이들이곳 아이들은 우즈베키스탄과는 또 다른 몽골계 외모다.
정효정
그렇게 해서 첫날밤을 치르고 나면, 다음날 신부 부모가 신랑 집으로 들이닥친다. 부모들 사이에 협의가 끝나면 신부는 다시 짐을 싸서 신랑 집으로 정식으로 들어오게 되는 거다. 그후 동거를 하며 돈을 모은 후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재미있었다. 나는 환호성을 지르면서 납치혼이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식당에서 무릎 꿇고 하는 프러포즈 따위 얼마나 식상한가(물론 받아본 적 없다). 어쨌든 상상해봤다. 평소 마음에 들어 하던 남자가 어느 날 눈을 찡긋하더니 "오늘 밤, 데리러 갈게"라고 속삭이는 거다. 그러면 여자는 곱게 목욕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그러면 남자는 '백마'를 타고 달려와 여자를 '납치'하는 거다.
이쯤 되면 중학생 때 읽던 할리퀸 로맨스 소설의 중앙아시아 버전이다. '말이 달리는 동안 그녀는 남자의 우람한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그의 땀 냄새에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었다. 드디어 둘만의 장소에 도착한 그녀와 그. 달빛 아래 언약식을 하고, 떨리는 첫날밤을...'
내가 깔깔거리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화를 냈다. 그냥 풍습일 뿐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는 거다. 개의치 않고 그가 수줍어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협의하지 않은 납치혼'이 존재한단다. 말 그대로 동네에 예쁜 여자를 찜해서 밤에 납치해 오는 거다. 상대 여성도 그 남성이 마음에 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경찰을 부르는 일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