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성호
그랬던 신한이 경남기업에 무너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3년 이미 자본 잠식 상태였던 경남기업에 막대한 대출을 해줬다. 주채권은행이었던 신한은 채권단을 주도해 경남기업에 모두 6300억 원을 지원했다. 또 신한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1761억 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경남기업이 침몰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경남기업은 2010년부터 매출액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었고, 총 영업활동 후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상태였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3차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들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 자체가 의문스럽다"며 추가 대출을 반대했지만, 신한은 이를 무시한 채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보통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보유 지분을 줄이는 감자를 요구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예외였다. 오히려 신한은 성 전 회장에게 기업 회생 이후 주식을 먼저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부여했다. 치밀한 기업대출을 하던 신한이 그야말로 '신한답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다.
B씨는 "정치권, 대기업에도 신한은 언제나 아쉬울 게 없이 당당했다"며 "그러던 신한이 왜 악취가 나는 경남기업에 돈을 퍼줬는지 직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불법계좌조회' 폭로 후... 경남기업에 우호적으로 돌변한 신한신한의 이상행동은 2013년 10월 17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신한은행의 '불법계좌조회'를 폭로하면서부터다.
불법계좌조회 사건은 2010년 4월부터 12월까지 신한은행이 정치인, 법조계, 금융당국과 금융권 고위 간부 등을 대상으로 자사가 보유 중인 고객 정보를 무단 조회했다는 의혹을 받은 일을 말한다.
불법계좌조회 사건은 신한으로서 큰 타격이었다. 특히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사건으로 발목이 잡힐 수도 있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약점이 잡힌 걸까. 신한은행은 이때부터 경남기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신한은행은 대출을 요청하는 성 전 회장과의 만남을 외면해왔다. 그러나 불법계좌조회 사건이 터진 지 1주일 만에 서진원 전 당시 신한은행장은 성 전 회장을 신한은행에서 만났다.
그리고 다시 5일 후,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을 신청함과 동시에 주채권은행을 수출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바꾸었다.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경남기업에 대한 주채권은행을 모두 꺼리는 분위기에서 신한은행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당시 신한은행 소속 기업금융센터 실무자들도 경남기업에 대한 대출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반대를 피하려고, 새벽 1시에 성 전 회장과 장해남 경남기업 대표이사가 신한은행에 직접 와 융자신청서에 자필서명을 한 뒤 대출을 받았다는 내부 직원들의 증언도 나왔다. 신한의 고위 경영진이 나서서 성 전 회장을 도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금융당국을 포함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했다. 경남기업에 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성 전 회장과 불법계좌조회를 조용히 묻으려는 신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국장 몸통 아냐... 한동우 회장과 그 배후세력 수사대상에 올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