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광산 협동조합 조합원인 노동자들이 함께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반 위탁업체에서 일할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이렇게 일상의 풍경도 바뀌었다. "공공서비스를 사회적경제 영역과 접목한 한국형 사회적경제 모델(희망제작소)"로 평가받고 있는 클린광산은 청소노동자들이 설립한 전국 최초의 협동조합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성관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2년 11월, 광산구의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을 대행하던 한 민간 위탁업체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14명은 사실상 해고됐다.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 사측과 수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협상이 진척이 없자 사측은 일방적으로 폐업 신고를 했고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사분쟁 중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해당 업체와 지자체를 상대로 복직이나 고용승계(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는 복직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생활쓰레기는 방치되고 지자체는 쏟아지는 민원에 속앓이를 하게 된다. 당시 광산구도 노사분쟁으로 인한 악순환을 겪을 처지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광산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복직투쟁 대신 '협동조합'을 선택하면서 매듭은 쉽게 풀렸다. 광산구도 협동조합 설립에 힘을 보탰다. 광산구는 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차량 1대를 무상임대 해 주고, 폐업한 업체가 담당했던 구역(월곡1·2동과 하남2지구)의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대행 업무를 클린광산에 맡기기로 했다.
"2012년 12월, 한 달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광산구의 뒤받침도 큰 힘이 됐다." 김성복(43) 클린광산 상임이사는 "다 해진 장갑도 마음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근로 환경이 열악했다, 교섭에 나섰지만 사업주가 폐업 신고를 해 실직 위기에 처했다"라며 "조합원들이 '우리
자치경영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고, 구청과 협의하면서 협동조합을 준비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용불안 해소에 임금인상 "직장이 즐거워졌다"노동자들은 900여만 원을 종잣돈으로, 폐업 한 달여 만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협동조합에는 폐업 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14명, 다른 업체에서 해고당한 노동자 3명과 사외이사 4명이 참여했다. '실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은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스스로 '사장이 된' 노동자 17명은 2013년 1월부터 정상 업무를 시작했고, 광산구는 노사분쟁으로 인한 생활 쓰레기 민원을 말끔히 해결했다.
'실직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노사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막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생활쓰레기라는 공공서비스가 차질 없이 지속될 수 있었다. 이런 결과는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새로운 해법으로 선택하고, 광산구가 폐업한 업체가 담당했던 구역의 생활폐기물 처리를 협동조합에 맡기는 결정을 하면서 가능해 졌다.
이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반 민간 위탁업체의 반발이었다. 광산구가 협동조합 설립에 도움을 주고, 폐업한 업체가 담당하던 구역을 공개입찰 없이 클린광산에 맡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자신의 저서 <자치는 진보다>에서 일화를 소개하며 "특혜가 맞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특혜는 계속될 것이다"고 웃어넘겼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정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라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