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북한 <노동신문>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실험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는 승전 70주년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의 열병식에는 'RS-24 야르'(RS-24 Yars)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했다. 'RS-24 야르'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시키는 무기체계다.
전승 70주년과 북한-러시아의 미사일 공조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맞춰 미국의 MD 체제에 맞서는 미사일 공조를 취했다.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시대에 대비되는 북한과 러시아의 신밀월관계다. 동아시아 정세는 냉전시대와 비슷하게 미중대결과 미러대결의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그 구조 아래서 분단체제도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이번에 공개한 'RS-24 야르' 미사일은 비행을 하다가 탄두가 차례차례 여러 개로 분리되는 다탄두 미사일(MIRV)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탄두를 10개 장착할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RS-24 야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MD를 개발하면 이것을 뚫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다'는 창과 방패의 무한 군비경쟁이 현실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MD 체제 구축 차원에서 한국에 사드(THAAD)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어한다.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레이다를 가지고 있다. 또 동아시아에서 미중, 미러 사이의 미사일 균형을 깨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행사에 맞춰서 잠수함 발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것은 미국의 MD와 사드에 대해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 미사일 사출발사실험을 했고, 러시아는 'RS-24 야르'를 공개한 것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찰떡 궁합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과 러시아의 다탄두 미사일은 모두 미국의 MD를 무력화 시키는 무기라는 공통성이 있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는 이미 북한 미사일과 소련 다탄두 미사일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다. 군비경쟁의 악순환 속에서 돈벌이를 하는 미국 군수산업에게는 '환호작약'할 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미국의 아시아회귀정책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해왔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조짐은 작년 11월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역임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모스크바 방문에서부터 나타났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이후 러시아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이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2차대전에서 러시아와 격전을 치른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전승 70주년 행사 다음날에 방문했을 정도다.
김정은 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사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필요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는 아무런 불화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불참한 김정은에게 전승70주년 기념 메달을 보냈다. 마쩨고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TV에 출연해서 북러관계에 대해 강조했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 때, 북한과 러시아는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는 문제만 논의한 것이 아니다. 또다른 준비를 논의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전승 70주년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북러 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최룡해 비서의 수상한 행보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 <조선신보>는 "동북아시아의 새 질서 형성과 연동된 움직임"이라면서 "두 나라는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관점에서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2014.11.25.). 조선신보가 밝힌 '동북아시아의 새 질서 형성과 연동된 움직임'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은 전승 70주년 행사에서 분명히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단극적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와 무력을 앞세운 블록적 사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목격한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이에 대응해서 "글로벌하고 균등한 안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푸틴이 말하는 '단극적 세계'라는 것은 미국 중심의 질서이고, '블록적 사고'라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한미일 삼각협력관계 구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