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과 마음으로, 결국 극단에 서 있는 실종자 가족들… 그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과 단원고 교사 양승진·고창석,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이영숙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이동수 작가
"우리는 실종자 엄마·아빠예요. 우리는 특별법을 얘기할 수도 없고요, 진상규명을 얘기할 수도 없고요. 시행령을 얘기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을 살고 있으니까… 내 딸이 그 바닷속에 있으니까…."지난 23일 오후 2시 15분께, 경기 안산 한사랑병원. 3평이나 될까 말까 한 작은 병실 침대 위에서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환자복을 입은 채 왼쪽 손목에 링거 주사를 꽂은 이씨는 몇 마디 하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울음과 신음이 한데 섞여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옆에 앉아 있던 실종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도 고개를 푹 숙이고 내내 눈물만 흘렸다. 이금희씨의 오열과 독백이 번갈아 이어지는 가운데, 병실에서는 '찰칵찰칵' 사진기 셔터 소리만 무심히 울려 퍼졌다.
앞서 이씨의 남편 조남성씨가 '세월호 인양 발표에 대한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 요지는 세 가지였다. ▲ 정부의 인양 발표를 환영하며, 약속을 끝까지 지켜달라는 것 ▲ 실종자 가족도 인양 작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 ▲ 세월호 가족들이 거리에서 다치지 않도록,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나서 달라는 것.
9명 실종자 가족 중 2명의 가족만 참석한 기자회견이었지만,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실종자 가족들이 낸 첫 번째 목소리였다. 내용은 지난 22일 세월호 인양 결정 발표가 난 뒤 유가족들의 모임인 4.16가족협의회가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기자회견문 말미,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당부 말씀드린다. 부디 세월호 가족·부모들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현 4·16국민연대)는 참사 후 유가족을 돕기 위해 모인 시민단체 연대기구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 등에서 유가족·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언론이 시작하면 번지고 번지니까...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왜 이 두 가족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시행령 폐기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일까? 왜 이들은 자신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들을 향해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일까. 이금희씨는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하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는 "더 이상 과격한 투쟁의 현장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나는 우리 엄마들이 거기(광화문 광장 등) 가서 그렇게 자는 거 싫습니다. (…) 내가 (유가족들을) 폭도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고요. 언론이 한 번 그렇게 (폭도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번지고 번질 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요. 가족 뒤에서 도와주는 국민대책위, 정말 부모들 그렇게 욕먹게 하지 말고 바로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요.(…) 잘 이끌어달라고요, 가족들 그런 욕 먹지 않게요."
오히려 이씨가 우려했던 건 세월호 유족들이 언론에 의해 '폭도'로 매도되는 것이었다. 이씨는 "언론이 그렇게 시작하면 번지고 번지게 된다.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 대한 원망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