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2동의 임재춘 조합원 방(바깥쪽)과 안쪽 김경봉 조합원의 방
최문선
그는 자신의 방을 만든 것이 그동안 '봉가이버'의 제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고 꼽는다. 방이 작으니 모기장도 사방으로 알뜰하게 칠 수 있어 비로소 각종 여름 벌레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내가 봐도 그 방은 정말 알뜰살뜰하여 다른 농성자들의 부러움 좀 샀겠다 싶다.
김경봉 조합원이 제 방을 만들자 자연스럽게 임재춘 조합원과 이인근 지회장의 방도 분리됐다. 그 사이 농성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줄어 평일 농성장에는 콜텍의 세 사람이 주로 머문다. 최초 만들어진 천막은 이인근 지회장의 독방이 됐고, 단체방으로 쓰이는 천막은 밤이면 임재춘 조합원의 방이 됐다. 이인근 지회장은 천막 안에 다시 텐트를 쳐 좀 더 개인공간답게 만들고 보온 효과도 높였다.
모든 일정을 마친 늦은 밤이면 농성자들은 각자의 공간에 누워 다음 날을 맞이한다. 낮에 일어난 불편한 일들을 떠올릴 것이고, 이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시름할 것이고,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도 그 시름과 그리움을 들키지 않아도 되니, 각자의 방은 농성 9년차의 개개인에게 좀 더 일찍 제공됐어야 할 필수공간이다. 긴 싸움일수록 개개인의 취향과 욕망은 세심하게 보살펴져야 한다.
아무리 머리를 요리조리 굴려도 해답이 안 나오는 필수품도 있다. 김경봉 조합원은 농성자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샤워시설 갖추는 데는 아직까지 해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을 길어다 샤워를 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므로 샤워장만큼은 그렇게 포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