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파쇄석으로 된 캠핑장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강상오
매주말마다 캠핑을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캠핑장도 명절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캠핑을 온 몇 팀만이 텐트를 치고 한산한 캠핑장을 지키고 있었다.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사무실에 에어컨을 켜놓고 살았는데 건강검진을 받고 정신없이 보낸 2주 동안 가을은 어느덧 가까이에 와 있었다.
캠핑장의 밤하늘은 깨끗했다. 평소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도 없이 살아오던 내 인생인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서야 최근들어 하늘을 볼 일이 많아졌다. 사무실 계단에서 담배연기 내뿜으면서 바라보던 푸른 하늘과 이렇게 보름달과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캠핑장의 밤하늘은 어찌할 줄 모르는 나의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가위는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날이다. 평소 어머니가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조심하라고 하거나 절에서 쓴 부적이라며 내 지갑에 꽂아줄 때마다 나는 그런 미신따위 믿지 말라며 어머니께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런 내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내 머리 위에 뜬 한가위 보름달을 마주하니 간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난 두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저는 하나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세상에 믿을 거라곤 내 능력밖에는 없을 거라고 이 악물고 살아왔는데 이번에야 말로 제 힘으로 어찌 할수 없는 일이 벌어지려고 합니다.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신이 있다면 이번 한 번만, 제발 아무일 없게 해주세요. 지금까지 돌보지 않고 막대하며 살아온 내 몸에게 앞으로 더 잘할께요. 제발 이번 한번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추석연휴를 보내고 드디어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결과는 본인이 직접 와야 알려준단다. 보름달에게 소원을 빌 때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갔다. 길게만 느껴지던 대기시간이 끝나고 진료실로 들어가 세포흡인검사를 했던 외과 의사 옆에 앉았다. 의사는 모니터에 뜬 알아볼 수 없는 암호와 같은 결과서를 보면서 목소리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나에게 이야기 했다.
"암이네요."그렇게도 간절히 기도했건만 보름달은 내 인생 첫 번째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공유하기
검사 2주 뒤 마주한 의사의 첫 마디 "암이네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