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의 진수성찬좀 여유가 있는 집에서 차려내온 음식들.
정효정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시장도 차를 타고 3~4시간은 가야한다. 주식은 쌀과 렌즈콩, 그리고 감자다. 마을에 단 두 개 구멍가게가 있고 쌀부터 과자, 옷가지, 신발 등을 팔고 있었다. 맥주가 두 병 남아있기에 얼른 사버렸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돈을 벌러갔고 마을엔 여자와 아이들만 남아있었다.
사실 이런 곳에서 무언가를 얻어먹는 것조차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파미르 사람들은 낯선 이가 지나가면 일단 대접부터 하고 싶어했다. 이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대문을 나오는 할머니를 향해 웃어보이자 그녀는 대뜸 내 손목부터 잡았다.
그렇게 이끌려간 할머니의 집. 전형적인 파미르 전통가옥이다. 그녀는 나를 위해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차를 내어줬다. 나도 최선을 다해 방문객의 역할에 충실했다. 집안을 둘러보며 할머니가 만든 자수 벽걸이에 감탄하고, 스마트폰의 한국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할머니 손녀 기저귀도 함께 갈았다. 그리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그만 일어나려는데 이번엔 밥을 준비하러 가신 거다.
잠시 후 할머니는 큰 접시에 밥 그리고 양념된 감자를 담아왔다. 감자 위엔 작게 썰린 쪽파와 러시아 샐러드에 주로 쓰이는 허브인 딜이 얹혀있었다. 접시 하나를 두고 할머니와 마주 먹는데 할머니가 내 숟가락에 감자를 얹어준다. 본인도 한 숟가락 드셨다. 그리곤 그 숟가락으로 밥상 아래 고양이한테 밥을 먹인다. 고양이가 찹찹 소리를 내며 밥을 먹었다. 그러더니 고양이가 먹던 그 숟가락으로 다시 내 숟가락에 감자를 얹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