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계단에서답답한 마음에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만 하염없이 피워댔다.
강상오
○병원 외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진센터에서 가져간 CD를 건네주니 악성일지 모른다며 '세포흡인검사'를 하자고 했다. 세포흡인검사는 주사기를 갑상샘 결절에 꽂아 샘플을 채취하여 임상병리 검사를 통해 양상과 악성을 검사하는 것이다.
평소 엉덩이에 주사 맞는 것도 싫어하고 검진에서 피 검사를 할 때도 주사바늘이 내 혈관에 들어가는 걸 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는 나인데 목에 주사바늘을 꽂는다고 하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주사바늘이 들어갈 주변 피부에 마취를 하고 진행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샘플채취가 끝이났다.
임상병리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주가 추석연휴라 2주를 기다려야 한단다. 명절 앞두고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받고 있자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약 2주간의 시간이 너무 괴로웠다. 평소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지라 웬만큼 아파서는 절대 병원 문턱을 넘지 않고 살았는데 그런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니. 만약 내가 진짜 암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마음 쓰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70대가 훌쩍 넘어버린 노모와 둘이 살고 있다. 내가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어머니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그마저도 내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어떻게 되는 건지. 조금만 더 있으면 연말이라 고과평가 시즌이 되는데 아파서 자리를 비우게 되면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내 1년을 망쳐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안그래도 입사가 꼬여서 남들보다 진도가 느린 이 상황에서 잠시도 쉬어갈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일이 닥치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일은 손에 안 잡히고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몰랐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는데 괜히 가족들 걱정할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답답함만 쌓여갔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답답한 마음을 위로할 것이 내 손에 들려 있는 '담배'뿐이라는 사실에 난 더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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