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슬픈 세월호 유가족세월호 침몰사고 146일째이며 추석날인 지난해 9월 8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가족 합동 기림상을 올린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성호
김치 담그던 엄마에게 맛있다고 비법을 알려달라던 애교쟁이 딸(2학년 3반 신승희)이었고, 장학금으로 자신의 졸업식에 참석한 아빠 친구들까지 식사 대접을 했던 자랑스러운 딸(2학년 3반 김소연)이었어. 수학여행 경비로 3만 원을 주면 2만 원을 돌려주던 마음 착한 아들(2학년 6반 신호성)이었으며, 1년에 한 번씩 아빠와 둘이서 설악산에 올랐던 친구 같던 그런 아들(2학년 4반 박수현)이었지.
그런 새끼들이 죽었는데, 그런 새끼들을 잃었는데 대통령부터 나서서 이제 됐다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건, 왜 죽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시간만 흘렀는데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지내라고 하는 건 그들에게 너무 잔인한 일 아닐까?
그들은 좀 더 울어야 해. 그리고 그 울음에 엄마도 함께 하고 싶어. 그게 언제까지라 하더라도 말이야. 그들이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고, 따뜻하게 안아서 토닥거려 주고 싶어. 그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 가족을 잃어야 했어. 몸의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지.
'진상 규명'이라는 어려운 말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왜 가족을 잃었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해.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말이야. 이것이 우리가 그들의 울음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야. 그리고 이것이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다.
한편의 사람들은 잊지 않는다고 해. 잊지 않겠다고, 꼭 기억하고 있겠다고 말이야. 펄럭이는 현수막을 보며 무엇을 잊지 않는 거냐고 묻는 너에게, 그때 나는 무슨 대답을 했어야 했을까? 그래, 우리는 무엇을 잊으면 안 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잊어버렸는지 몰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대구의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이 났을 때 우리가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빨리 잊었던 것 같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면서 지냈어야 했어. 그래야 다시는 그런 가슴 아픈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지. 자꾸 기억하면서 계속 점검했어야 했어.
왜 세월호 유가족만 유별나게 구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어. 소를 너무 많이 잃었으니, 그것도 너무 억울하게 잃었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 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어.
너희도 알다시피 엄마는 힘이 약해.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는 약하단다. 그러나 그 작은 힘들이 모이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이 될 거야. 강해진 힘으로 다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보자.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철저하게 따져보자.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보자. 이것이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은 두 번째 이야기란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가 살아갈 세상은 조금 더 건강하고 조금 더 안전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우리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더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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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머리 왜 이래?"... 난 어떤 말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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