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숭 봄바람, 어떻게 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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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 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한 건, 반세기도 더 전에 나온 유행가 <앵두 나무 처녀>의 주인공들만은 아닐 터다. 봄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묘한 '마력'이 있다. 실제로 많은 수험생이 교실 혹은 도서관에서 장시간 책을 붙들고 있기 어려운 시기로, 봄바람이 불어오는 요즈음을 꼽는다.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바람의 계절, '봄'봄은 '바람의 계절'이다. 사람 바람 나는 건 경우에 따라서는 말려야 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에서 봄바람 나는 건 어찌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섭리인 탓이다. 봄이 바람의 계절인 건, 기상청 통계로도 증명된다. 물론 바람은 사계절 어느 때고 생긴다. 하지만 풍속이나 빈도 등에서 다른 계절이 봄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30여 년 서울 지역 관측치를 기준으로 할 때, 바람이 가장 거센 계절은 단연 봄철(3~5월)이고, 그 가운데도 4월 바람이 가장 '잔인'했다. 4월 바람이 가장 세게 분 날(27일)의 평균 풍속은 초속 3미터로, 바람이 가장 잔잔한 10월 2일의 2미터에 비해 1.5배나 빨랐다.
그렇다면 왜 봄에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걸까? 답은 하늘이 부리는 '요술'에 있다. 하늘의 요술 방망이는 다름 아닌 '제트 기류'와 '햇빛 일사각도'이다. 제트 기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왕 중 왕' 바람이다. 대략 지상 7~16킬로미터 상공에서 부는데, 거대한 용처럼 지구를 휘감고 돈다. 제트 기류의 풍속은 시속 100~400킬로미터로 웬만한 태풍의 최고 풍속을 능가한다.
북반구에서 띠 모양을 한 제트 기류는 남북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대략 서에서 동으로 분다. 겨울에는 제주도 남쪽까지도 내려가는데, 봄이 되면 북극 쪽으로 퇴각한다. 봄바람이 유달리 거센 건 제트 기류가 구불구불 심한 골을 만들며 북쪽으로 물러가기 때문이다.
직선의 띠를 이루며 질서정연하게 퇴각하는 게 아닌 것이다. 대기권 상공에 이처럼 골이 만들어지면 기압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사실 봄바람이 아니더라도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바람은 기압 차이로 생성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트기류와 햇빛, 봄바람의 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