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기준금리 인하... 후폭풍 우려 <한겨레> 3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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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남편은 경제학을, 나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학생부부였던 우리는 같이 공부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때 남편은 늘 수학 계산을 하고 있었다. 나는 '경제학'이라는 공부를 하는 남편이 신기했다.
경제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나는 결혼과 동시에 경제권을 남편에게 넘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경제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여자가 경제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경제권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남편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나는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에 대해 일자무식인 내가 보기에도 요즘의 우리 경제는 이상하다. 처음에는 내가 경제에 대해 몰라서 이러나 싶어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남편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역시 남편을 믿은 내가 잘못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는 상황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선택한 모양이다. 전세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다른 대안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금리는 사상 최저치다. 정부가 국민에게 대출을 권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대출이 무섭다. 말이 좋아 대출이지 모두가 '빚' 아니겠는가. 은행에서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다 갚아야 할 빚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정부는 전세금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대출확대 밖에는 없었을까? 그들은 나보다 더 똑똑하고 경제에 대해서도 잘 알 텐데 대출을 확대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진정 없었던 것일까?
이런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여기저기 경제를 풀어주는 경제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상반됐다.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고 있으니 지금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라는 사람도 있었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빚을 없애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는 경제전문가도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은 얼마간의 목돈이 생겼다고 했다. 그 돈으로 빚을 갚아야 할지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돈 문제를 나한테 묻다니 당신도 참 경제에 대해선 뭘 모르시는군요.'나는 성심성의껏 빚을 없애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투자는 불확실한 미래지만 빚을 정리하는 건 확실한 미래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지인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궁금하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목 마른 사람에게 바닷물 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또 다른 지인은 한숨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들이 3년 전에 입주한 아파트는 새 아파트였단다. 입주 당시 해당 아파트는 분양이 되지 않았고, 이를 받아안은 투자신탁에서 내놓은 전세가 여러 채 있었다고 했다. 기존 전세계약이 2년이었던 것에 반해 투자신탁의 전세는 3년이 계약기간이었고 지인은 그 아파트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지인은 전세를 재계약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단다.
그러나 결정은 지인이 아닌 아파트 회사에서 내려주었다.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우편에는 해당 아파트를 사든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일방통지가 있었다. 전세 재계약은 선택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매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갑작스레 전학을 시키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미래에 대해 선택을 '강요'하는 우리의 경제구조는 제대로 된 구조일까? 경제에 문외한인 나는 알 수가 없다.
전세가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은 돈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목을 축이라며 기준금리를 낮췄다. 대출을 확대하여 사람들 앞에 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대출확대는 당장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는 바닷물 같다. 바닷물로 당장은 넘길 수 있을지 모르나 갈증을 더 심화 시키고 몸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제발 똑똑한 사람들이 나같이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아야 그들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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