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따족 어부발로 노를 젓고 독특한 방식으로 고기를 잡아 살아가는 인따족
전병호
날이 밝아오자, 미얀마의 '무진'은 인레 호수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광활한 호수가 어머니처럼 우리를 품었다.
인레 호수는 해발 875m 고원에 있고, 남북으로 22km 동서로 11km에 이르는 거대한 산정호수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서둘러 인레 호수를 투어했다. 호수에 기대어 사는 여러 소수 부족들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어느 곳을 방문할 것인지는 가이드겸 보트 운전수 마음이다. 물론 가고 싶은 곳을 말하면 데려다 준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까 봐' 사공에 맡기기로 했다.
인레 호수 중앙으로 들어 가는 길은 보트 엔진 소리로 요란했다. 청각은 정신없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호수의 자태와 시원한 바람이 눈과 촉감을 호강 시켜 주었다. 인레의 황홀한 풍광은 그동안 쌓인 여행자의 피로를 달랬다. 많은 여행자들이 왜 인레 호수를 진정한 휴식의 공간으로 칭송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호수는 여행자에게 뭔지 모를 편안함을 준다.
발목으로 노 젓는 인레의 어부들
호수로 접어 들자, 발로 노를 젓는 인따(Intha) 족 어부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인따는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이렇게 발로 노를 젓는 이유는 인레 호수가 넓어 방향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서 노를 저어야 멀리 있는 지형지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이드 설명이다.
보트가 호수 초입으로 들어서자, 대나무 통발을 들고 발로 노를 젓는 인따 어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미얀마를 소개하는 어느 사진 속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반가운 마음에 멀리서 몇 장 찍고, 가까이서 몇 장 더 찍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근처에 가서 카메라를 들었다가 포기하고 그냥 지나쳤다. 인따 어부들은 사진을 찍기 좋게 연출을 해주고 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호수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던 어부들도 이제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인레의 어부는 이제 물고기 대신 관광객을 잡는다. 아름답게 보았던 모습들이 갑자기 씁쓸해졌다.
발로 노를 젓는 것만큼 인따족의 독특한 삶의 방식은 바로 '쭌묘(Kyun myaw)'라고 불리는 수상 농장이다. 쭌묘는 호수 주변 갈대와 흙을 이용해 밭을 만들고 대나무의 부력으로 물에 띄워 농사를 짓는 방식이다. 호수 중앙으로 들어가니, 긴 장대를 이용해 수초를 건져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이드는 수상 농장에서 비료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수초라고 설명했다. 이 수상 농장은 토마토를 재배하는데 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친환경 유기농 토마토다. 낭쉐 시장에는 이곳에서 난 토마토가 많았는데, 안심하고 사 먹어도 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