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과 종교적인 문제 없는 반면,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종교적인지 아닌지 갖고 다투는 경우 있다는 방글라데시인 사쟈한씨
고기복
입맛은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고향에 있을 때처럼 종교적인 사람이다. 여섯 명의 동료와 함께 공장 안에 놓인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쓰고 있는 그는 매일 기도한다. 그에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IS(이슬람국가)를 알고 있는지, 같은 종교를 갖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주위에서 편견을 갖고 대하는 사람은 없는지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IS가 뭐예요? 그런 거 몰라요. 한국 뉴스 안 봐요. 방글라데시 뉴스에 그런 거 안 나와요.""그럼 회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IS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없어요?""네.""그럼 이슬람이라고 뭐라 하는 사람 없어요?""회사에서요? 없어요. 사장님 좋아요. 나쁜 사람, 사장님이 다 나가라고 해요."
사쟈한씨는 이주노동자쉼터에서 1년 넘게 한국어 공부를 했다. 회사에서나 장을 볼 때나 그에게 종교를 갖고 시비 거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시비는 기숙사를 같이 쓰는 동료들 사이에 벌어진다고 했다.
"한국 사람, 방글라데시 사람 똑같아요. 좋은 사람 있어요. 나쁜 사람 있어요. 기도 매일 하는 사람 있어요. 기도 안 하는 사람 있어요. 술 먹는(마시는) 사람 있어요. 술 안 먹어요. 이거 (때문에) 싸워요."매일 기도하는 동료들은 기도하지 않는 동료들과 종종 다툰다고 했다. 술 때문에 싸움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사쟈한은 기숙사에서 마시면 꼭 싸움 나는 소주는 싫어하지만 약간의 맥주는 마신다며, 일할 때 종교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내 이름은 "이슬람"... 종교와 사람 구분하지 않는 한국"야! 이슬람!"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슬람(37·Islam)씨는 종종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는 건지 놀리려고 부르는 건지 느낌으로 안다. 이슬람씨가 보기에 한국 사람들은 '이슬람'과 '무슬림'이란 말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아랍어로 '이슬람'은 순종과 평화를 의미하는 종교를 뜻한다. 반면 이슬람을 신봉하는 사람을 '무슬림(Muslim)'이라고 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이슬람'은 '무함마드'나 '후세인'처럼 흔한 이름이다. '순종아', '평화야'라고 불릴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슬람씨는 이름 때문에 철저하게 종교적인 사람으로 오해받을 때마다 씁쓸하다. 특히 최근 IS가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 등을 참수한 데 이어, 요르단 조종사를 화형에 처하는 등 극악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슬람이라는 이름은 '나쁜 놈'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이슬람씨는 한국에 온 지 5년이 조금 넘었다. 4년 10개월을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자신을 고용한 사장의 추천으로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 다 됐네"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스로 대견해 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한국사회가 멀게 느껴진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꼭 확인해요. 그래서 '아, 내가 방글라데시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요."한국어를 잘하는 이슬람씨는 그동안 회사 밖에서 많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이슬람씨는 그들에게 여전히 '이름이 이슬람인 무슬림'이 아니라, '종교가 이슬람인 사람'일 뿐이다. 그 사실 때문에 이슬람씨는 종교 이야기를 점점 더 싫어하게 됐다.
"귀화한 지 10년... 이름 무함마드라고 하면 다시 외국 사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