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식 KBS PD협회
이영광
- 지난달 30일, MBC 권성민 PD 해고가 재심에서도 확정되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KBS PD협회장이라는 자리 때문이 아니라 같은 PD로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만평을 그렸다고 해고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죠. 저희도 MBC 내부 사정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전혀 몰랐죠. 사실 좀 놀랐어요.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경쟁사지만, 언론사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 MBC 측은 권 PD가 MBC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던데."KBS도 '케빙신'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죠. 연장 선상에서 MBC를 '엠빙신'이라고 했다는 건데.... '케빙신'이나 '엠빙신'은 MB 정부 이후에 정부가 KBS나 MBC 보도에 간섭했고, 시청자들이 그것을 느껴서 했던 표현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찌 보면 시청자들이 두 방송사에 대해 굉장히 실망해서 표현한 말이라고 봅니다.
저희들이 '케빙신'이나 '엠빙신'으로 불릴 때는 그 단어 자체에 대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사람들이 쓰게 됐는지 반성해야죠. 권 PD가 그 용어를 쓴 것도 MBC가 반성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거예요. 그런데 MBC 사측은 '엠빙신'이란 말만 떼어서 '이건 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란 식으로 단죄했습니다.
이건 언론사의 경영진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도 안 됐다고 봐요. 그런 과정에서 쓰이는 비속어는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사 직원이 개인 블로그나 SNS에 그런 표현을 썼다고 해서 자사를 명예훼손했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는 논리죠."
- MBC 측은 개인 SNS지만, 공개되어 대중이 볼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SNS 성격에 대해서도 MBC 경영진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블로그나 SNS 글들은 자기 심정을 솔직히 적어놓는 글이죠. 사적인 속성이 있어요. 이건 회사에 대한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회사 직원으로서 공식적 의사 표현을 SNS를 통해 한 것도 아니에요.
얼마 전에 MBC가 소셜미디어에서 의견 표명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고 들었어요. 이건 굉장한 악법입니다. 그럼, 방송사 직원들이 SNS에서마저도 회사를 비판할 수 없죠.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규제 장치입니다. 이를 빌미로 징계하는 것은 굉장히 자기 모순이죠. 저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분노해요."
- 권 PD 해고에 KBS 새노조와 PD협회가 나서서 성명서로 MBC 경영진을 규탄한 이유가 있나요?"KBS PD협회라서 성명서를 쓴 것은 아니고 언론단체라면 거의 모두가 권 PD 해고에 분노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비상식적인 조치였으니까, 성명서를 쓸 수밖에 없었죠. 특히 PD협회는 같은 동료 PD라서 더 애틋한 마음이 있죠. 저희는 이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연대활동을 통해서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서 권 PD의 복직투쟁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 모든 언론단체가 분노하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타 방송사의 직능단체는 어떤 상황인가요? "MBC와 KBS는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례적입니다. 경쟁사 PD가 해고당했는데 왜 KBS PD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쟁은 프로그램으로만 합니다. 이처럼 보편적인 언론의 자유, PD로서 비상식적인 탄압에 관해서는 MBC가 아니라 어느 회사라도 묵과할 수 없습니다."
- KBS PD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또 한 번의 폭거"라고 말했는데, '언론사의 자기부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언론사 원래 책무가 시청자의 마음을 다스리고 시청자들이 가진 비판을 보여주는 것이죠. 또 그게 시청자의 권익을 옹호해 주는 거잖아요. 그걸 하기 위해 저희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언론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거죠.
저희는 언론 존재 자체가 언론 자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더구나 MBC나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은 다른 언론사보다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재벌 기업에서 자사를 비판해서 어느 직원이 해고됐다면 가장 먼저 그 사건을 다루고, 해고자의 입장에서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게 공영방송 언론이죠. 그런데 이런 일이 자사에서 벌어졌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이거야말로 최근 일어난 일 중 가장 말이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희들이 '언론사의 자기부정'이란 표현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