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지난 2009년 4월 20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권우성
2009년 새해 벽두부터 네티즌들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필명 미네르바(본명 박대성)의 구속이었다.
미네르바는 2008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의 '아고라' 경제 토론방에 280여편의 글을 올렸다.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환율폭등 사태, 주가지수 등을 예측하자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반면 정부 당국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네르바가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네티즌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검찰은 2009년 1월 7일 미네르바를 체포한 뒤 구속기소한다. 검찰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의 글이 오른 뒤 불안감이 퍼지면서 정부가 상당한 금액의 외환을 시장에 풀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먼저 검찰의 '공소장' 중 주요 내용을 보자.
미네르바는 2008년 7월 말경 "8월부터 외화예산 환전 업무 중단"이라는 뉴스 제목을 발견하자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 라는 제목 아래 마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①번 글)을 게시하였다. 2008년 12월에는 '아고라'에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 1보'라는 제목 아래 "2008. 12. 29.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정부 긴급명령 1호-"라는 허위 내용의 글(②번 글)을 게시하였다. 검찰은 2개의 게시물을 통해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였다"고 기소하였다.
검찰은 280여 편의 글 중에서 단 2개만 문제삼았다. 더구나 그에게 적용된 법률은 일반인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전기통신법이다. 47조 1항은 다음과 같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원 "미네르바 글, 표현 과장되었더라도 허위사실 아니다"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미네르바의 글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둘째, 그가 허위의 사실을 게시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다.
서울중앙지법(유영현 판사)은 우선 "외화 환전업무가 중단된 것이 (미네르바의 주장과 달리)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씨의 '①번 글'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유 판사는 그러나 "박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한다는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 판사는 외환시장 자체 및 연말 외환시장의 특수성, 인터넷 경제토론방의 성격을 감안하면 "글이 표현방식에서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더라도 전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판사는 이어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검토했다. 유 판사는 ▲작년 8월경 실제로 외환보유고가 감소되었고, ▲ 인터넷 게시판은 누구나 글을 게시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인 점 ▲ 미네르바의 '②번 글' 게시 이후 달러 매수량 증가가 미네르바의 글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보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 미네르바의 글이 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쳤더라도 이는 개연성 정도에 불과하며 ▲ 오히려 미네르바는 개인들의 환차손 피해를 방지하고자 글을 올렸다고 주장한 점 등을 보더라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2009년 4월 20일 내려진 판결의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미네르바는 고의로 허위사실을 게시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미네르바의 글은 공익성을 위반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 "'공익'은 추상적...명확성 원칙 위배" 위헌결정그 후 전기통신법 47조 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28일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법률적인 표현으로 한다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미네르바는 무죄판결을 받고 104일 만에 풀려난다. 판결에 불복, 검사가 항소하지만 처벌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마저 위헌이 되자 곧바로 항소를 취하한다. 무죄가 확정되었지만 네티즌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세월호 해경 명예훼손 사건에서 법원은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정부나 수사기관도 깨달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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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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