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순환열차느릿느릿 역사로 들어오는 순환열차 모습, 낡은 기차는 예전 비둘기호를 떠올리게 했다.
전병호
양곤순환열차 안에는 미얀마인의 삶이 타고 있었다기차를 타보니 내부는 촌스런 파란 플라스틱 의자가 앞뒤로 한 쌍씩 마주보게 되어 있었다. 어떤 여행정보에는 우리의 지하철처럼 양 옆으로 나란히 앉게 되어 있다고 했는데 기차마다 조금씩 다른가 보다. 전체적으로 내부는 조잡스러워 보였다. 승객의 안락함이나 편의보다는 그저 '이동용 탈것'에 충실했음이 표가 났다.
지저분하고 불편하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였는지 생각보다 깨끗하고 괜찮았다. 특히 열차 안, 포장하지 않은 미얀마 사람들이 여행자를 더욱 편안하게 해주었다. 을지로 순환선이 서울 도심을 도는 코스라면 양곤순환열차는 도시 외곽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기차라 서민들의 이용이 많다. 특히 오토바이 운행이 금지 되어 있는 양곤(양곤은 오토바이가 없다. 군부가 시끄럽다고 운행 중지 시켰다 한다)에서는 라인까(땅예친 미얀마 14 연재)와 함께 서민들의 발이 되고 있었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이어폰을 꽂고 있는 청년, 붓다의 삶을 안고 졸고 있는 띨라신(미얀마 여자 수도승), 시내 나가는 아줌마들, 가끔 보이는 잡상인들, 양복 입은 사람 등 기차 안에는 양곤의 삶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순환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안내원이나 어디서 내리라는 안내방송도 들어 보지 못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그런 것 없이도 다들 잘 알아서 타고 내리고 있었다. 마치 이정표 없이도 아랫마을 잘 찾아 가는 고향 사람들처럼 미얀마 사람들에게 순환열차는 그냥 삶의 일부로 옆 동네 찾아가는 길이 되어 있었다.
좀 낡기는 했어도 나는 이런 양곤의 삶을 태운 순환열차가 무척 좋았다. 옛날 비들기호 같은 모습에서 추억을 떠올리거나, 느릿느릿 달리며 창 밖으로 시내를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순환열차의 맛이었다.
미지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은 꼭 사전에 많은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적당한 정보와 직접 체험하며 자기만의 느낌을 맛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이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너무 많이 아는 것은 병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