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프톤 거리에서는 행위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길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김현지
더블린의 대표 쇼핑 거리라고 할 수 있는 그라프톤 스트릿(Grafton Street)은 한국의 명동과도 같은 곳이다. 전 세계 10대 '쇼핑하기 좋은 거리'에 뽑힐 만큼 이곳은 아일랜드에서 소위 '잘나가는'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인구밀도가 낮은 아일랜드(한국의 10분의 1)의 여타 거리와는 달리 그라프톤 거리는 매일 수많은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핫' 한 장소다.
그라프톤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는 사람들과 거리 곳곳에서 자신의 끼를 과감히 발휘하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들의 모습이다. 5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에는 아마추어 공연에서부터 프로 공연까지 선보여,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듣고 있자니 안쓰러워 1유로라도 던져주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이런 사람이 왜 여기서 공연을 하지라고 생각할 만큼 수준급 이상의 공연이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예술가들도 있다.
실제로 그라프톤 거리의 공연은 무명가수들의 등용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쌀 아저씨'로 잘 알려져 있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도 한 때는 그라프톤 거리의 어딘가에서 하루벌이 생활을 하는 가난한 뮤지션이었고 영화 <원스>의 주인공인 글렌 핸사드(Glen Hansard)도 이곳에서 노래를 불렀단다.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연주나 퍼포먼스만큼은 진지함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보우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