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청와대는 더 심하게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청와대의 언론 기피가 '중증'이 돼 가고 있는 징후도 있는데요.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언론 취재의 폭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대통령 일정 취재는 출입기자들이 사진·영상·펜 기자단 별로 순서를 정해 매체별로 돌아가면서 '풀'(pool) 취재를 하게 돼 있는데요.
홍보수석실에서는 취재진에게 한 가지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습니다. 이날부터 수석비서관회의 취재 시 회의가 시작되는 오전 10시에 임박해서야 집현실(회의장)로 기자들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는 기자들이 늦어도 회의 시작 10분 전에는 집현실에 입장해, 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청와대 참모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지는 않지만, 사진 기자들의 경우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이 귓속말을 하거나 자료를 검토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이죠. 때에 따라서는 이들의 표정과 모습이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말해주는 좋은 취재 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예고 없었던 취재 제한... 김기춘 '심기 경호' 나섰나그런데도 청와대는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취재를 제한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회의 시작 전 미리 자리를 잡고 준비를 해야하는 사진 및 영상 취재 기자들의 항의가 거셌습니다. 취재를 보이콧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홍보수석실은 취재 시간을 제한한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없이 '협조해 달라'는 요구만 반복했습니다. 사실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김기춘 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기자들의 사전 취재를 불편해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홍보수석실이 김 실장의 '심기 경호'에 나설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기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들은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회의장 상황을 미리 확인한 후에야 회의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인적 쇄신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김 실장의 모습을 언론에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게 청와대의 방침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기자들 사이에서는 '불통 대통령 밑에 불통 참모들'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헌재 선물'로 정윤회 파문 물타기 나선 청와대청와대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으로 커지고 있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선물'로 물타기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헌재 결정 하루 만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윤두현 홍보수석이 춘추관을 찾아 한 문장짜리 브리핑을 했는데요. 윤 수석은 "대통령께서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 하십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정당 해산이 사상 초유의 일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니 잠시 약효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밀봉 인사'로 상징되는 폐쇄적인 인사시스템, 장관들마저 대통령 얼굴을 보기 힘든 불통 등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사고'는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특히 언론의 취재를 불편해 하고 껄끄러운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막겠다는 구시대적 '홍보 방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의 불통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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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홍보수석실, 김기춘 '심기 경호' 나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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