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기자는 "'기각한다‘를 듣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것처럼 일어날 수 없었다. 머리로는 예상을 했지만 도저히 가슴으로는 받아드리기 힘들더라.라고 대법원 판결 순간의 심정을 섦녕했다.
이영광
- 대법원 판결에 같이 복직된 우장균 기자는 "이번 판결을 무승부라 하는데 한 명만 이겨도 YTN 노조가 함께 이긴 것이고, 작지만 언론 자유의 승리라고 본다. 이 권위적 체재에서 3명이 복직 판결을 받은 것이 큰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라고 했던데 정 기자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대법원이 YTN 사태의 핵심을 제대로 봤다면 6명이 대법원까지 갈 사안도 아니었거든요. 대법원까지 간 것 자체가 불행이라고 봅니다. 원래 1심에서 다 끝났거나 그 이전에 자체적으로 해결이 됐어야 합니다. 그만큼 정치권과 YTN 경영진이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반증이겠죠. 지난 2009년 4.1 합의 당시 구본홍 사장과 1심 때까지 해직 사태를 풀기로 약속했습니다. 얼마 전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나오더라고요. 그전에 의지를 가지고 하려고 했다면 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당시 신재민 문광부 차관은 그때 YTN 사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국내외에서 비난이 일어나니까 YTN 노사문제로만 평가 절하했거든요. 그러나 단순한 노사문제였다면 진작 해결했겠죠. 회사나 사회나 법원, 뭐 하나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이 없는 상황에서 3명이 승소한 것은 정말 싸워서 얻어낸 것이라 평가할 수 있어요."
- 구 전 사장과 합의를 했다고 하셨는데, 구 전 사장이 2009년 6월쯤 갑자기 사퇴했어요. 어쩌면 구 전 사장 사퇴로 해직 상태가 장기화되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구 전 사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1심 때 다 끝났어야 하는데 해직상태가 왜 지금까지 장기화 되었는지 안타깝다'라고 했더라고요. 구 전 사장이 갑자기 사퇴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해요. 자세히 말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당시 노조와 합의했다는 얘기가 정치권이나 청와대 쪽에 들어가서 사장이 교체되지 않았나, 하는 관측이 나왔었거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타 치는 장면이 들어있는 <돌발영상> 때문에 그랬다는 소문도 들리고... 그때 사장 교체 관련 민간인 사찰팀 문건을 보면 배석규 사장이 MB 정부의 충성스런 인물이란 말도 나오고... 아마 그런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설득력 있겠죠."
- 지난 6년 어떻게 보냈어요?"지나고 보니 6년인데... 긴 시간 같지만 돌아보니, 영화 <인터스텔라> 우주 공간처럼 자기가 있는 공간마다 시간이 상대적인 것처럼 짧네요. 1~2년은 재판과 소송으로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특히 해고 이후 선배들이 부당하게 체포·구속되고, 사찰 조직이 우리를 집중 사찰한 것을 나중에 알게 돼 이에 대한 진상조사도 했어요. 그리고 3년 전 <뉴스타파> 시즌 1 때 참여했고, 최근 1년은 주로 국정원과 언론문제, 청와대 관련 이슈들에 대해 취재했어요. 그리고 최승호 선배 등과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등을 전담해서 열심히 추적했고요. 1년 동안 70건이 넘더라고요. 그때그때 치열하게 보낸 것 같은데 막상 돌아보니 별로 굉장히 짧아 보이네요.
그 사이 저는 애도 2명 생겼고, 이번 주엔 셋째 출산 예정입니다. 선배들은 그사이 아버님 3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까지 몸과 마음이 고통 받았던 긴 시간이었죠. 긴 시간 동안 YTN 안에 있는 동료들 중엔 더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도 많았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YTN이 자랑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직에 대해 가족과 지인들의 반응은 어때요?"굉장히 기뻐하죠.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모르지만 와이프가 제일 좋아하고, 부모님들은 제가 해직된 것을 1년 전에야 아셨어요. 불효지만, 그동안 거짓말을 했거든요. 2008년 YTN 시끄러울 때, 그래서 해고됐냐고 물어보시면 저는 해고는 아니고 정직만 받았다고 했죠. 전 금방 해결될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 그때 4월 1일 합의 때 연내에 합의된다고 했고, 회사 고위급 임원이 직접 전화해서 한두 달이면 될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걸 믿고 복직된 다음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해결 안 되는 거예요. 중간에 말씀 드리면 더 놀라실 것 같아 (말씀)안 드리다가 작년 가을쯤에 <뉴스타파> 매일 출근 하면서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날을 잡아서 말씀 드렸죠. 어머니가 한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이루신 것 같아요. 이번에 복직 판결 받아서 기뻐하시긴 하지만 복직 못한 3명에 대해 가장 걱정을 하고 마음 아파하시죠."
- MBC 해직 언론인들이 낸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날 텐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줄까요?"네 상당히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쌍용차 판결이 났을 때도 걱정을 했었어요. 저희는 2심이 확정이었죠. 중요한 걸 보지 못하고 기존의 틀만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 MBC 소송 역시 우리처럼 1심은 전원 승소했던데, 이번 YTN 판결 영향이 없진 않을 것 같아요. 대법원 판결은 판례가 되기 때문에 부당한 일이 생겨도, 특히 요즘 분위기라면 청와대 홍보수석에서 사장으로 와도 저항할 방법이 없는 거죠.
또 6년 전처럼 낙하산 사장이 왔을 때, 예컨대 대통령 수족 노릇을 하던 참모들이 언론사 사장으로 왔을 때 과연 내부 기자들이 얼마나 저항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대충 해고하고 어렵게 법원 판결로 (회사로)돌아와도 또 징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현재 YTN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세요?"2008년 서울역 YTN을 지나던 시민들이 'YTN 불 꺼라'라 할 때 충격이었는데 그때보다 보도가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대통령 리포트가 대표적인 예인데, 깜짝 놀랐어요. 대통령의 매력을 강조하고 싶어 안달이 난 기자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데스크를 거쳐 방송할 수 있는 현 YTN 구조가 더욱 문제입니다. 이렇게 계속 반복되면 상암동 이 새 건물 앞에 시민들이 몰려와 비난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도 YTN 밖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지만 안에선 귀를 막고 있거나 모른 체하고 있을 뿐이죠. 왜냐면 지금 망가진 YTN을 즐기는 분들이 있으니까. YTN 뉴스가 어떻게 되든 말든 현재 자신들이 앉아 있는 자리가 좋은 거죠. 그게 YTN 현 상황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돌발영상>도 아예 사라졌잖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해주세요."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대형사고 뉴스 현장마다 끝까지 지키고 열심히 보도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고, 공중파와 차별화된 뉴스를 만들기 위해 선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며칠 밤을 새고 토론해도 신나고 YTN이 자랑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10년 전 연차가 어렸던 저에게도 2시간 통뉴스를 맡길 정도로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던 언론사였습니다. 잘한 때도 잘못한 때도 있었지만 보도나 외형이나 발전해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YTN의 자랑이던 <돌발영상>이 있었죠. 현 YTN에선 과거 <돌발영상>처럼 어떤 대상도 마음 놓고 비판·풍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 없습니다. 돌발은 한두 명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열심히 뉴스 현장을 뛰던 동료들이 더 찍고, 더 묻고, 또 의미를 담아 함께 만들던 겁니다.
이번에 복직되지 못한 3명의 선배가 돌아오고 다시 자부심을 가지고 YTN 기자로 뛸 수 있기 전까지는 <돌발영상>이든 뭐든 다시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YTN의 대내외적인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못 돌아온 3명은 YTN에서 상징성이 굉장히 크고, 와서 많은 일들을 할 선배들입니다. YTN 경영진이 할 일은 추가 징계가 아니라, 밖에 남은 3명의 선배들을 YTN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데리고 올지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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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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