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바 푸드 마켓
김현지
이런 황당한 경우가! 그 구역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아일랜드의 유명한 관광 명소를 모르다니! 처음에는 '내가 길을 잘못 들어왔나?'라고 생각했고, '그 종업원이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외국인들은 다 아는 템플바를 그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를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만난 사람을 통해서 그 의문은 풀렸다.
여기서 말하는 템플바는 어떤 한 술집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그쪽 구역을 전부 통틀어 템플바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찾던 템플바는 17세기 초, 트리니티 대학의 학장이었던 윌리엄 템플의 집과 정원이 있었던 곳에 지어진 술집이라 유명해진 것이라는 걸 알게됐다. 그 여종업원의 말대로 그쪽이 모두 템플바인 게 맞았다.
유명세와 달리 짧은 역사를 가진 템플바 구역더블린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템플바 구역. 울퉁불퉁한 자갈이 깔려 있는 길이 보이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언어가 섞인 곳을 찾으면 템플바의 중심 구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시각, 청각,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 전통 아이리시 펍과 정말 잘 어울리는 템플바의 자갈길은 중세 시대에 말들이 지나다니던 길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 이 곳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템플바 구역의 역사의 시작은 1980년대 초반으로, 오히려 더블린의 유명한 구역들 중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곳은 19세기 동안 천천히 쇠퇴해가던 곳으로 20세기 초반에는 버려진 건물들과 함께 도심의 슬럼화가 가속화돼 희망이 없던 곳이었다.
1980년 초반 CIÉ(Córas Iompair Éireann)라는 회사에서 이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버스 터미널 건립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주민의 항의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 대신 템플바 부흥을 위한 주민 조직이 결성됐다. 더블린 문화의 중심으로 템플바를 부활 시키려는 계획이 추진된 것이다. 그 결과 현재의 템플바가 탄생했고, 세계 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더블린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더블린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