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조지워싱턴호 갑판에 첨단비행기많은 보수 세력은 전쟁이 터지면 약속된 숫자의 미군이 증원에 나설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약속의 신뢰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사진은 지난 7월 11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9만7천t) 갑판에 전투기가 줄 서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핵심은 "어떤 생존전략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보장해주느냐",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국가 자율성의 기반이 조성되었느냐"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 북한 위협에 대한 공포에 질린 나머지 우리가 무엇을 주도하지 못한 채 주변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그것은 외교·안보 정책이 아니다. 그러므로 외교·안보는 상상력의 예술이다.
연합사에서 근무한 한국군 영관급 장교들과 대화하다가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느냐"고 질문하면 "회의 중에 미군 부서장이 지금부터 외국군 장교들은 다 나가라고 할 때 굴욕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미군이 자기들끼리만 핵심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군에게는 일체 비밀로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다.
이 중 우리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바로 전시 미 증원군 지원에 관한 사항이다. 전시에 미 증원군의 한반도 전개계획을 시차별부대전개목록(TPFDL : Time-Phased Force Deployment List)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군은 이 목록의 상세 내용을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에 미군이 얼마나 지원되는지 까맣게 모른다. 그저 69만 증원병력과 5개의 항모전단, 3000대의 전투기가 지원할 것이라고 아직도 믿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 만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미군을 말이다. 레이건 당시에 미군이 240만 명이었다면 지금은 140만 명 수준이다. 그런데도 미군이 이 정도 수준의 증원을 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아직도 우리 보수 세력들은 성경처럼 암송한다.
여기에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병력감축 계획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상군 병력이 주된 대상이다. 그렇다면 전시에 미군이 압도적으로 지원된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다. 또한, 각종 물자 및 탄약도 미군이 지원한다고 하지만 환상이다. 미국은 한국에서 전쟁비축탄(WRSA)을 폐지한 지 오래다. 탄약부족분은 한국이 구매하라고 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 물자지원은 개전 초에 6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건 고스란히 한국정부가 채무로 적립되어 나중에 갚아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우리에게 정보 제공하지 않는 미국... 믿고 맡길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