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파는 양화점, 자전차 가게, 토탈 의류점이 남아있는 오래된 시장 뚝도 시장.
김종성
서울숲에서 나와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다보면 바닥에 '뚝도시장'이란 글씨가 크게 써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강가에서 이렇게 바닥에 시장 이름이 써있는 것도 처음보고 뚝섬의 한자어가 분명한 시장의 이름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화살표를 따라 시장 나들목으로 들어서면 채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뚝도시장(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이 자리하고 있다.
한때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이었던 곳이라더니, 처음 마주친 허름한 자전거 가게 이름이 '동일 자전차'다. 사실 자전거는 도로 교통법상에 차와 같은 법규를 적용받는 이륜차로 나와 있음을 보면 정확한 표기다.
자전차 가게로 인해 한껏 기대하고 찾아간 뚝도시장은 그러나 마음 아프게도 침체 상태였다. 과거 서울의 대표 재래시장답게 시장 골목이 미로처럼 깊고, 도로 양편으로 넓게 퍼져 있다. 시장이 커서 그런지 문 닫은 가게들이 흔히 보이는 시장골목의 그늘이 더욱 어두워 보였다. 시장 골목을 지나는 손님은 가끔씩 눈에 띄었고, 텅 비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였다.
바로 인근에 시장통의 모든 가게들을 빨아들일 듯 진공청소기처럼 자리하고 있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큰 개인 슈퍼에만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재래시장들처럼 주변 대형마트에 손님들을 뺏기면서 서서히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이다. 맛집들이 모여 있는 그러나 한산한 골목에 들어가 자전차 가게 아저씨가 추천한 코다리찜을 먹었다.
2인분이 기본이지만 배고픈 자전거족에게 특별히 1인분을 마련해준 식당 아저씨도, '뚝도 방앗간' 아주머니도 뚝도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말에 기운이 없다. 이웃 동네인 2호선 전철 성수역 부근 성수동엔 '수제화 거리'가 생겨나면서 세련된 아트 공방이나 갤러리, 카페들이 성업 중인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뚝도시장의 가게들도 수제화 거리의 구두 가게들처럼 활기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은 그의 에세이에서 자기가 사는 도시의 가게 이름을 죽 나열한다. 출석을 부르듯 호명하는 가게들 이름은 무려 세 페이지를 넘어간다. 이스탄불에 대한 그의 기억과 애정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슈퍼마켓, 빵집, 피자 가게, 미용실, 옷 가게, 철물점... 이런 작은 가게들과 시장이 사라져가고 공룡같은 대형마트들과 백화점만 있는 도시는 작가에게도 시민들에게도 살 만한 도시가 아니다.
한강변을 풍성하게 해주는 건축물 '자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