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맛책 표지
책세상
<수상록>은 오늘날까지도 매우 독특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흔히 이 책을 가리켜 저자와 일심동체가 된 작품이라 일컫는다. <수상록>은 오롯이 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하나의 인간을 재창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기질의 사내 한 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다종다양한 이야기는 몽테뉴라는 한 인간을 더욱 잘 그려내기 위한 것인데 이를 통해 한 인간을 넘어 시대와 인간을 읽을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지성인 앙투안 콩파뇽이 쓴 <인생의 맛>은 <수상록>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마흔 꼭지를 떼어 해석을 붙인 일종의 '주석서'다. 이 책의 저자 앙투안 콩파뇽은 몽테뉴의 책을 통해 그가 어떤 인간이었으며, 그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현대적 의미를 끌어낸다.
책은 2012년 여름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국 '프랑스 앵테르'에서 방송된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으로부터 출발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 짧은 시간 동안 몽테뉴의 사상을 소개하고 현대적 의의를 끌어낸 짧은 방송은 곧 청취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책으로까지 출판됐다. 책은 프랑스 서점가에 작은 돌풍을 일으켰다.
사실 책에는 철학과 역사, 사상과 인물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는 실려있지 않다. 5세기 전 사람인 몽테뉴는 성실한 글로써 그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자신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목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자유롭고자 했으며 우유부단하고 몽상가적 기질을 지닌 한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사랑하는 벗을 잃고 괴로워하며 불의의 사고로 말에서 떨어지고 시장으로서 민란에 대처하기도 한 몽테뉴의 삶이 앙투안 콩파뇽의 시각에서 재해석된다.
마흔 가지 꼭지를 통해 그려진 몽테뉴의 모습은 <수상록>의 기록에서 읽을 수 있는 그의 모습은 단면에 불과하지만 생생한 묘사와 친절한 해석을 통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몽테뉴 입문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몽테뉴처럼 한유한 삶을 살 수 없을지라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생의 미각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한 출판사 책세상은 표지에 이렇게 적어두고 있다.
'우리, 한 잔의 포도주처럼 생을 음미하자'
인생의 맛 -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
앙투안 콩파뇽 지음, 장소미 옮김,
책세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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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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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그를 만나기 전...이 책부터 맛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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