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된 월례미사 때 모습.
임재춘
박복실 수녀님은 종종 농성자들에게 전화해서 농성장에 몇 명이나 있냐고 물어보신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두 손 가득 햄버거를 들고 나타나신다. 늦은 밤 슬그머니 농성장 천막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장동훈 신부님이나 서영섭 신부님이다.
대한문에서 또는 광화문에서, 어디 다른 투쟁현장에서 미사 일정을 마치고 잠을 청해야 할 늦은 시간.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숙소로 가는 대신 번번이 치킨 같은 음식을 내려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신다. 콜트·콜텍 해고자들이 이 분들을 만난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 분 모두 천주교 인천 교구 노동사목이 주관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기운팍팍' 현장미사"(아래 월례미사)를 통해 진한 인연이 되었다.
2011년 초 임재춘 조합원은 자주 찾아오는 그 분들이 인천의 시민단체 회원이거나 동네 사람이라고 생각했단다. 동네 주민 같은(?) 분위기의 그 분들과 술 한 잔 나누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했다. 그러다 월례미사를 몇 번 치르고 나서야 그 분이 저 신부님이고, 저 수녀님인 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형식에 앞서 사람과 마음이 먼저 왔다. 종교인에 대해 임재춘 조합원이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크게 달랐다. 말 그대로 이웃으로, 교회 밖에서 왔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2011년 봄, 공동투쟁의 결의는 새롭고 다부진 것이었겠지만, 이미 6년 차로 접어든 해고싸움은 누적된 피로와 고립감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콜텍 해고자들은 인천이란 낯선 동네, 낯선 공장에서 농성을 꾸려나가야 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천주교 인천교구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은 깊고 넓은 위로가 됐다.
월례미사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천막 농성장에서 봉헌된다. 월례미사는 인천 교구 노동사목 이외에도 인천의 여러 천주교 단체와 함께 2011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해고노동자들의 외로움 함께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