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한국 제철 회사의 공장한국기업은 전자,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에서 약진했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 어려움이 커가고 있다
조창완
실제로 국내 유수의 유통기업들은 중국에서 성공한 듯 보였지만 상처만 남긴 채 물러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때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던 기업도 해마다 한 두 계단씩 순위를 내주며 6위까지 추락했다. 대기업들의 전자부문도 이동전화를 제외한 부분은 거의 포기에 접어든 상태다. 이동전화조차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 토종기업에 밀려나는 형국이다. 자동차 부분은 선전하고 있지만 정치적 파고 등을 제대로 넘지 못한다면 세계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중국 시장의 내일을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한국 기업의 위기는 한국의 중국 수출의 위기와 직결된다. 현재 한국의 해외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그 중 반도체와 석유화학, 자동차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이런 분야의 위기는 수출 한국의 위기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한국 대외수지는 440억 달러로 흑자였는데, 중국 무역수지에서만 628억 달러로 흑자였다. 중국을 빼고 나면 188억 달러 적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물론 중국 수출의 상당수가 가공수출의 형태이기 때문에 갑자기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없다면 한국의 산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장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은 최근 2014년 7월까지 마이너스 1.2% 성장하는 등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마이너스 5.1을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이 수치는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대중국 수출에 이상이 생긴 것만은 확실하다.
중국 관광 시장의 성장 가능성...제주도를 봐라반면 관광객의 급증으로 서비스 부분은 역전 상황이 확실해지고 있다. 2013년 중국 관광객의 입국자 수는 433만 명가량으로 약 275만 명을 기록한 일본을 제쳤다. 2014년에도 그 차이는 더욱 벌어져 6월까지 중국 관광객이 267만 명가량인 반면에 일본 관광객은 약 116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의 숫자가 매년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숫자의 10%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관광시장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활용한 지역이 제주도다. 제주 관광지에는 중국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밤 시간 번화한 거리에는 중국말이 끊이지 않는다. 시내 면세점에는 중국인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 여행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5억 원 이상의 휴양시설을 구입해 '부동산 영주권'의 초기 단계(F-1, F-2)를 밟고 있는 경우가 500여 건에 달한다. 가장 낮은 금액인 5억 원으로 잡아도 중국 개인이 제주도에 2500억 원을 투자한 셈이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수치가 최근 형성된 것이고 그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가파르다는 것이다. 이 수치를 냉정히 보면 한국은 중국 투자유치에 실패했지만, 제주도만큼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중화권이 제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총 네 가지다.
우선 이제 중국 사람들이 제주도를 알기 시작했다는 것. 자존심 강하고 자국 내 볼거리가 많은 중국인에게 제주도가 인식된 것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의 끊임없는 홍보였을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공항을 다니다 보면 제주도 광고를 심심찮게 만난다. 인천공항에서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지자체 광고를 만나지만, 전국 공항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광고가 제주도 광고다.
이런 노력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이루어졌고, 나름대로 효과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했던 것 같다. 또 제주도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해외 여행관계자들을 초빙할 만큼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펼쳤고, 이제 그 결실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제주를 경유한 진시황 시대의 방사 서복과 삼신산 중 하나인 영주산의 신화 등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을 곁들였다.
두 번째로 제주는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비자 제도나 투자 영주권제, 휴양시설의 풀 구좌 구매 가능 등의 조건을 만들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여행객 유출국이 된 중국에서 한국이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비자 문제다.
세 번째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화권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객의 증가는 단순히 관광 수입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손익분기점 달성이 쉽지 않은 관광시설 투자는 대단히 모험적인 일이고, 국내 대기업들마저 대부분 손을 놓는 사업 분야다. 그런데 어떻게 중화권으로부터 관광시설을 투자받을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중화권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제주도에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발리나 푸켓 등 휴양 여행지가 있겠지만, 안전이나 비용 면에서 제주도는 좋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