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촤경환 김대중 평화센터 공보실장
이영광
- 2011년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 대담을 하셨는데 어떠셨어요?"네. 김 사무국장과 여기서(김대중 도서관) 만났죠. (김경수 사무국장이) 노 대통령을 모셨지만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요. 잘 알죠. 노 대통령 돌아가시고 봉하마을을 지키잖아요. 김 사무국장은 마음이 착해요. 아마 누구보다도 마음이 애틋할 거예요. 이번에 공직 후보자로 노 대통령 뜻을 이어받겠다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후배지만 존경스러웠어요.
다른 얘기지만 일부에서는 친노니 비노니 반노니 하는데 김 대통령께서 2005년쯤 당시 이병완 비서실장을 불러서 했던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뭐냐면 "김대중 시대가 따로 있고 노무현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김대중·노무현 시대로 가야 성공합니다. 줄여서 김·노시대로 부르세요. 그래야 성공합니다"란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야권 진영 내부에 여러 계파들이 있는데 김 대통령의 말씀이 맞다고 봐요. 김·노시대로 가야 성공해요. 분열하고 나눠지면 실패해요. 저는 김 대통령의 혜안이라고 봐요. 그래서 야권진영이 그런 문제에 있어서 지도자들은 말을 조심해야 하고 협력하고 단결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 올 초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 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주장했어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박 대통령이) 종북논쟁을 한참 주도하다가 통일대박을 들고 나와 느닷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통일대박론으로 통일에 관심을 국민들에게 환기 시켜 준 것은 잘한 일이에요. 그런데 말만 있고 실천이 없어요. 5·24 대북 경제제재 조치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문제도,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말만 하고 있어요. 정말 말 따로 실천 따로입니다.
또 중요한 것은 통일대박론이 북한의 급변사태, 북한붕괴에 따른 흡수통일론에 근거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받고 있어요. 남북이 협력하고 대화하면서 통일대박 이야기를 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뜬금없이 그런 말이 나오니까 의심이 가는 거예요. 사실 또 박근혜 정부 내부에 흡수통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요.
갑작스런 북한붕괴나 흡수통일이 결코 통일대박이 될 수 없고, 쪽박이 되고 재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지금 새터민들이 2만5000명 정도 남측에 와있는데 많은 정부 예산이 들고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요. 북한이 갑자기 붕괴해서 동해안 서해안으로 보트를 타고, 휴전선 넘어서 난민들이 몰려온다 생각해 봐요. 만일 10만 명만 넘어와도 남한사회는 큰 혼란에 빠져들 것입니다.
또 북한이 붕괴하면 우리가 접수한다? 아주 단순한 생각입니다. 북한은 UN에 가입한 국가고 중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가 가만 있을 것 같아요? 동북아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합의통일,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협력도 얻고 하면서 해야 돼요. 김대중의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어요. 이번에 남측에서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는데 서로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시작하면 좋겠어요."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4달이 되어갑니다. 그러나 참사 이후 달라진 것이 없어요. 지금처럼 김 대통령 같은 국가 어른이 안 계시는 것이 크게 느껴질 때가 없었던 같아요. 만약 살아계셨다면 지금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실까요?"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을 풀어줘야 하는데 피눈물 나게 하고 한을 켜켜이 쌓이게 하고 있어요. 여당은 그렇다 치고 야당까지 '국민들을 배신한다, 외면한다'는 말을 들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국민들은 세월호 문제를 일종의 국가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까지도 참사 당시의 국가 부재를 인식하고 '국가 대개조'를 하겠다고 하잖아요. 이런 국가 폭력을 치유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첫째는 진상 규명, 둘째는 정의의 회복, 셋째는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죠. 세월호 문제도 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통령은 국가 폭력에 대한 이런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지요. 각종 국가가 저지른 과거사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이 원칙에 충실했어요.
수사권, 기소권은 물론이고 특검추천권마저도 없는 위원회에서 과연 진상규명이 가능할까요. 이런 세월호 특별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협상을 한다고 하는데 단단히 각오를 하고 국민 편에 서주어야 합니다."
- 지난 재보선에서 야당이 참패했잖아요. 당명이 바뀌긴 했습니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재보선 참패를 어떻게 보세요?"김대중 대통령은 197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야권의 실질적인 지도자였지요. 살아계신다면 재보선 참패도 아쉬워하겠지만 야권의 지리멸렬, 무기력함, 국민과의 괴리를 더 안타까워 하실 거예요. 또 인물의 부재도 크게 아쉽게 생각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40여 년 동안 야권의 지도자로 남을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어요.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것이지요. 국민들이 그때그때 원하는 것을 해결하거나, 혹은 해결은 못해도 열심히 싸워 국민들의 뜻을 따랐다는 거예요. 해외망명 때도, 감옥 안에서도, 연금당할 때도 국민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금 야당이 국회의원 의석수를 말하는데 김대중 당시 국회의원들도 많지 않았어요. 70~80명가지고 그렇게 싸우고 성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130석 거대의석을 가지고도 못하고 있어요.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국민들과 소통을 시작해야 해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대화 속에서 답을 얻어야지요. 언젠가 김 대통령이 486 정치인들에게 '배낭을 메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동원력도 높아지고 힘도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소통은 단절되고, 현장을 떠난 정치, 시민을 떠난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지도자의 부재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김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 저희들에게 이런 말을 하셨어요. 뭐냐면 "나는 우리 국민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 역사에 3번의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사회를 이루고 산업화에 성공해서 경제적인 국가도 올라선 국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인물이다"라고 지도자의 부재를 탓했어요.
김 대통령은 역사 발전을 국민과 지도자의 관계로 보셨어요. 국민의 뜻을 모아 정책적인 선택을 해서 끌고 가는 지도자의 역할을 중요시 하셨는데 그것의 부재를 걱정하셨어요. 그러나 지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더 용기 있게 도전하고 국민들의 평가 속에서 인정받는 지도자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도전에 머뭇거리고 자기 경험의 한계에 빠진 정치인들이 많지 않나,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자기를 헌신하고 도전하는 지도자가 없죠. 물론 훌륭한 분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더 공부하고 도전해서 지도자로 성장하길 바라죠. 지도자는 누가 키워주는 게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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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석수 적어 못 싸운다? 김 대통령 살아계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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