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에서부터 인사성 끝내주는 서준이랍니다. "충성!" 아니면, 해병대처럼 "단결!"하는 겁니다.
김학현
마음 같아서는 달려가 딸내미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시댁 식구들이 계시는지라 그렇게는 못했습니다.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곁에 없으니 더 궁금하고 마음 졸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받은 전화라 저와 아내의 관심은 아들인지 딸인지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제 딸과 손주의 건강이 궁금했습니다.
딸이 건강하게 순산했으면 됐습니다. 손주 녀석이 건강하게 이 땅에 나와 줬으면 됐습니다. 그렇게 2014년 5월 13일, 제 손자 녀석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어쭈!?' 하신 당신 '손자 바보' 자격 없음)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역사적 사명'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더 하기로 하지요.
"아빠, 폰에서 OOOO앱 깔고 가입해요. 그럼 태아사진 볼 수 있어요."딸내미가 서준이(태명은 '꽁알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딸내미가 말한 바로 그 앱을 받아 깔았더니 정말 손자 녀석 태아 사진이 뜹니다. 참 좋은 세상이죠. 딸이 산부인과에 갈 적마다 사진이 떴습니다. 처음에는 흔적 발견하기도 힘들던 서준이는 '태아사진'을 통해 자신이 사람이 되고 있다는 걸 말해 주더군요.
그런데 한쪽 팔을 늘 들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 생각했습니다. '이 할애비를 닮아서 수줍음이 참 많은 아이로구나!'라고요. 제가 수줍음 타는 꽃할배거든요. 서준이를 본 사람들이 "고놈 실하다, 외할아버지 닮은 것 같고…"라고 말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답니다. 천생 '손자 바보'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