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바위작은도서관입니다~비록 공간은 작지만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아요.
김순희
그렇게 먹으면서 서로 남편 얘기도 하고, 애들 얘기에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냅니다. 시장 가다 들러 '사다리' 타고, 볼 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장에서 사온 찬거리를 풀어놓으면 주섬주섬 얻어먹기도 하고, 저녁반찬으로 나누기도 한답니다. 도서관에서 사서가 사서임을 내세우기보다, 친근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한 도서관 자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늘 깨닫고 삽니다.
우리 작은도서관에선 누가 사서고, 누가 자원봉사자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이렇게 지내온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처음 자원봉사자와 사서로 만난 인연, 이제는 남편과 아침에 싸운 이야기, 아이들과 공부 때문에 열 올린 이야기까지,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까지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만드는 이야기부터 별별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합니다. 도서관은 책과 엄마들의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작은 도서관은 정감 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큰 도서관보다 재미있습니다. 오랜 인연도 그래서 좋은가 봅니다.
도서관이 인연이 되어 새로운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 자원봉사자, 그들의 얼굴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작은 일이지만 서로 기쁨도 나누고 때론 좋지 않은 일도 함께 걱정해주며, 사사로이 정을 나누며 지냈던 자원봉사자들. 그 한 분 한 분 모두가 내게 있어 소중한 인연입니다.
책 정리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는 그들. 책 읽어주는 것, 독후활동으로 책 만드는 것, 예쁜 소품 만드는 것,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것, 도서관 아침 문을 열고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 인사하는 것, 말 안 통하는 꼬마나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이 제일 자신 있다고 말하는 그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와 준 그들에게 진심을 다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서관은 진정 이들이 있어 더 함께하고 싶은 공간이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 작은도서관의 미래는 더 밝고 환하리라 감히 확신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