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를 찾아 떠나는 관우를 보내는 조조관우가 유비의 소식을 듣고, 형수들을 모시고 떠나자 조조가 그를 보내준다. 이 상황으로 인해 화용도에서의 용서가 가능했다
조창완
중국은 위나라와 비교할 만하다. 위나라는 조조의 치밀한 전략 아래 황제를 뒤엎고 세운 최강대국이다. 환관 집안을 바탕으로 한 조조는 낙양성의 군관으로 있을 때 엄정한 규율을 세워 세상의 주목을 받고 정계의 풍운아로 성장한다.
이후 반동탁 연합군을 모으는 주축이 되고, 결국은 황제가 자신에게 의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관도 싸움에서 몇 배나 많은 군사를 보유한 원소를 무찔러 중원의 중심세력이 된다. 그래서인지 이중톈이나 청쥔이 등 최근 <삼국지>를 풀어쓰는 이들은 조조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중국은 사회주의로 시작한 초발심을 잃고 패권국가의 면모를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거대한 땅과 자원, 인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국을 위나라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일본은 오나라에 비유할 만하다. 일본은 문화적 자산을 뒤늦게 보유했지만, 새로운 자산을 빠르게 받아들여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자기 것은 지키면서 외래 사상과 물질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자기화했다. 메이지 유신 이후 패전을 겪었지만, 여전히 세계 2위의 강대국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손권이 이끈 오나라 역시 적벽대전 이후 급성장한 신생국가로 강남의 비옥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화동(저지앙, 지앙쑤)에 기반을 둔 오나라가 화동의 인문적 소양을 완벽하게 받아들인 것 같진 않다. 따라서 신흥 강국 정도로 두면 맞을 것 같다. 이렇든 <삼국지>는 상황에 따른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또 <삼국지>가 영화나 드라마로 변모하는 과정을 읽으면 중국의 정치적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2008년에는 기억할 만한 <삼국지> 영화가 두 편 나왔다.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과 이인항 감독의 <삼국지-용의 부활>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이 시기 중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균형이었고, 이 두 영화는 그런 사건과 인물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적벽대전>을 통해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구체화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삼국지-용의 부활>의 주인공은 조자룡인데, 가장 훌륭한 참모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조자룡의 부활을 통해 중국이 아직 더 해야 할 것을 말한 셈이다. 2011년에는 맥조휘 감도의 <삼국지 명장 관우>가 개봉했다. 관우는 의를 잃지 않고, 스스로 힘으로 영웅이 된 인물이다. 세계 양대 헤게모니가 된 중국인들에게 스스로 영웅이 될 각오를 하라는 것 같은 영화다.
2012년에는 조림산 감독의 <조조- 황제의 반란>이 개봉된다. 저우룬파(주윤발)가 <삼국지>에서 대우받지 못하던 인물 조조로 변신해 그의 인간적 고뇌를 보여준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서구와 일본의 반격에 대한 나름대로 생각을 보여주는 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