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목회자 정의 평화 협의회 공동의장 박경양 목사
이영광
-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어떻게 보셨어요?"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부문의 모순과 민낯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 외에는 기업 윤리나 가치엔 관심이 없죠. 모든 판단의 기준을 돈에 두고 있는 한국사회 기업들의 민낯을 세월호 사건이 드러냈다고 봅니다.
또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위선적이고 기만적이기까지 한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세월호 사건은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후 박근혜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했습니다. 또 세월호 참사 와중에 대통령이 자기 이미지 만드는 데에 관심 있는 모습은 위선적이었습니다.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존재 이유를 내팽개치고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언론의 민낯도 드러냈습니다. 언론이란 건 국가 권력을 비판하고 진실을 알리는 게 역할인데 언론은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권력에 굽실거리고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파산 직전에 있는 목사들의 망언을 통해 보수적인 한국 교회의 민낯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 세월호 침몰 소식을 어떻게 접하셨어요?"저는 세월호 사고를 그날 오후에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알았어요. 세월호 사고가 나던 날 딸아이가 국제자원봉사를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는데 아내와 함께 인천공항까지 딸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왔습니다. 외국 생활을 처음 하는 딸아이가 마치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처럼 아쉽고 걱정이 돼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짧은 소감을 썼는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 세월호 사고를 알게 됐어요. 사건을 접하고 아이의 생사조차 알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단원고 학생의 부모들을 생각하니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 미안하고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바로 그런 감정을 페이스북에 짧게 썼지요."
- 박 목사께서 교육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더 가슴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저는 20여 년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제가 주로 관심을 가졌던 영역이 바로 초중등 교육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초중등 교육현장은 아이들에게 때로는 매우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감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때문에 소풍이나 수학여행은 아이들에게 해방의 시간이자 공간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들도 그랬을 거예요. 얼마나 큰 해방감이나 행복감을 가졌겠어요. 그런데 이 해방의 시간과 공간이 결국 지옥과 같은 시간과 공간으로 변한 거예요. 아이들은 침몰하는 배 속에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겠어요.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저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많이 울었죠."
- 정부의 대처는 어떻게 보세요?"정부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아무리 잘 대비한다고 해도 모든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그런데 세월호 사고의 경우는 사전 예방을 위한 대책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은 아이들을 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 아니에요. 하지만 정부는 배가 침몰한 후 단 한 명의 아이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사건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관심이 있고, 공무원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을 맞이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래서 국민들은 아이들이 죽은 건 세월호 침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 점에서 아이들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 당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 박 목사께서는 지난달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기도회'에서 설교를 통해 "국가는 국민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는커녕 우습게 보고 있다"며 "정권의 부정부패와 무능에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셨잖아요, 이를 보수 측에서는 선동이라고 하던데."'선동'이라는 단어의 한자적 표현은 '움직이도록 부채질하다'는 뜻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선동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이 시대의 예언자적 목사라면 당연히 선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건 '예'와 '아니요'를 분명히 하라는 것일 거예요. 부정한 권력의 행태에 대해 '아니요'라고 분명히 말하고, 세월호로 아픔을 겪는 유가족에 대해서는 '예'라고 말하고 또 세월호 사고를 덮으려고 하고 이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국가 권력에 대해서는 '아니요'라고 하는게 맞죠. 그게 이 시대 목회자들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 예언자를 언급하셨잖아요. 저는 언론도 예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에서 언론이 지적을 받는 것 같습니다."예언자는 말하는 사람이고 먼저 알거나 본 사람입니다. 언론이 사건 현장에 먼저 가서 보고 알게 된다는 점에서 언론 역시 예언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지금 한국 언론은 먼저 알고 또 먼저 보고도 진실을 말하지 않죠. 또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찬양하는 일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부 보수언론을 '찌라시' 즉 광고전단지라고 부르지요.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 시기의 언론을 보면 참 한심하죠. 하지만 당시는 독재정권의 협박과 탄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죠. 그러나 지금은 언론이 자발적으로 권력에 아부하고 또 충성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현재 언론의 태도는 전두환 독재정권 시기의 언론보다 더 한심하다고 생각해요."
-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의 퇴진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무슨 책임이 있길래 정권 퇴진을 말하냐는 주장도 있던데."국가의 책무 중 가장 커다란 책무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이 그 일을 하라고 뽑은 국민의 공복이고요.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가장 큰 책무를 감당하지 못했잖아요. 그런데도 대통령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될 말입니까? 그리고 대통령이 책임지는 방법 중 가장 큰 방법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인데 세월호 사건 와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태도였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방법 중 가장 큰 책임을 지라는 것이지요."
-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 중 2곳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고도 말하던데."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권을 정점으로 한 새누리당과 반대편에 있는 안철수·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야당이 대결했죠. 그리고 서로가 상대편을 심판해 달라고 각각 국민들에게 호소한 겁니다. 그런데 국민은 누구의 편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고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기회주의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현명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두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국민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왜곡된 해석이라고 봐요. 만약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판단하고 지금까지처럼 간다면 결코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봐요."
"일부 목사 망언, 실수로 나온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