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캐스트는 국내에서 호핀, 티빙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진은 SK플래닛 VOD 서비스인 호핀 모바일 앱에서 jT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장면을 크롬캐스트로 전송해 TV로 보여주는 모습. 모바일 앱 상단 오른쪽의 초록색 마크가 크롬캐스트 연결 중임을 알려준다.
김시연
가까스로 인터넷 연결엔 성공했지만 이번엔 애플리케이션(앱)이 문제였다. 사실 크롬캐스트를 처음 연결했을 때 뜨는 건 텅 빈 화면뿐이다. 스마트TV 셋톱박스인 '다음TV+'처럼 아기자기한 메뉴 화면과 콘텐츠가 뜨길 기대했기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크롬캐스트는 단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앱으로 구현한 영상을 TV 화면으로 보여줄 뿐이다.
5일 현재 미국에서 크롬캐스트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은 넷플릭스를 비롯해 훌루, 판도라TV 등 20개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국내 파트너인 CJ헬로비전 '티빙'과 SK플래닛 '호핀'을 포함해 13개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크롬캐스트로 볼만한 게 유튜브 밖에 없어 '유튜브 캐스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뿐 아니라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iOS 기기에서도 크롬캐스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티빙과 호핀 iOS용 앱은 지난달 말까지 사용할 수 없었다. 이들 앱에서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려면 앱 상단에 뜬 '크롬캐스트 마크'를 통해 TV와 연결해야 한다. 다행히 호핀은 지난 6월 1일부터 아이폰으로 VOD 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모바일TV 앱인 '티빙'은 5일 현재까지도 업데이트가 안 돼 결국 크롬캐스트를 통한 실시간 방송 체험은 포기해야 했다.
지상파 방송의 견제도 큰 걸림돌이다. MBC, SBS, KBS, EBS 등 지상파방송 모바일TV인 '푹(Pooq)' 서비스가 제휴 대상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티빙도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대로 크롬캐스트를 통한 지상파 실시간 방송은 물론 VOD 서비스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비키'나 '포스트TV', 'MLB.TV' 같이 해외 동영상 서비스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국내에서 인기를 끌만한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리얼플레이어 클라우드'나 'Avia' 같은 동영상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이나 PC에 저장된 영상이나 사진을 TV에서 볼 수 있다. 다만 리얼플레이어 앱을 이용해 내 아이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TV에서 보려고 했더니 3~4분짜리 영상을 크롬캐스트용으로 전환하는 데만 10분 가까이 걸렸다.
평소 클라우드 공간에 콘텐츠를 저장해 두는 습관이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스마트기기와 TV 간 콘텐츠 연동은 이미 국내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도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있어, 크롬캐스트만의 차별화된 가치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