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향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외침김시곤 KBS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와 교통사고 희생자를 비교하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8일 오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여의도 KBS본사를 항의방문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지난 4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4월 말께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이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로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 때문에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지난 8일과 9일 아침까지 KBS 본관과 청와대 앞에서 길환영 사장 사과와 김시곤 보도국장의 해임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피해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시곤 국장은 9일 오후 2시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국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라며 보도국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김 국장은 "언론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 없이 권력 눈치만을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며 길환영 사장의 퇴진도 요구했다.
이날 김시곤 국장의 사퇴는 KBS 홍보실조차 모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김 국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청와대 개입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김 국장이 사퇴를 선언하고 1시간이 지난 뒤 박영선 원내대표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만났는데, 두 사람의 만남에서 나온 발언은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한다.
박영선 원내대표 "정무수석께서 오시기 조금 전 KBS 보도국장이 사임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유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제가 전화 드렸던 내용 중에서 두 가지 사항을 말씀드렸는데, 하나는 KBS 문제고, 하나는 유가족분들의 대통령 면담 문제이다. 그 중에 절반은 정무수석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해소가 된 상황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침에 김한길, 안철수 두 분 대표께서 어제 밤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시고 KBS 문제를 원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말씀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아침에 정무수석과 이 문제를 논의했으니 조금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다."
박준우 정무수석 "사실은 지금 아침에 우리 (박영선) 대표가 전화도 주셨고 유족이 여러분 오셔서 KBS 문제 때문에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셨다. 오늘 아시는 바와 같이 오전에 비상경제대책회의 주재하면서 저하고 홍보수석이 가서 한시간 반 동안 만나서 여러 말씀들을 들었다. 그래서 유족들 요청사항을 (대통령에게) 말씀드렸고 KBS 관련사항도 사실 저희가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언론기관 일에 청와대에서 뭔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얘길 들어보니까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 그래서 어렵게 좀 KBS에서도 좀 최대한 노력을 해줄 것을 부탁을 드렸고 아마 그 결과로써 보도국장 사의를 표시하고 길환영 사장이 대표들을 만나는 것 같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이날 아침에 박준우 정무수석에게 전화해서 'KBS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고, 청와대에서도 박 대통령과 상의한 뒤 KBS쪽에 'KBS 문제 해결'을 부탁했고, 그 '결과'로서 김시곤 국장이 사퇴했다는 얘기다. 이는 청와대와 야당의 '압력'으로 한 공영방송사의 보도책임자가 사퇴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청와대와 야당이 방송통제에 협력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텍스트'다.
최승호 PD "청와대가 방송을 계속 통제해도 좋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