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가 생방송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희훈
- 그럼 JTBC의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JTBC의 보도는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방송이 해야 할 가장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JTBC가 특별하게 보이지만 2000년대 중후반까지는 보통의 공영방송이 JTBC 정도의 방송을 했어요. 평균적인 모습인데 그것이 지금은 다른 데가 안하니까 JTBC가 특별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그래서 제보는 주로 JTBC와 <뉴스타파>로만 가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죠."
- 무엇보다 언론, 특히 방송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그 이유가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는커녕 오히려 왜곡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 가본 건 아니지만, 후배들 얘기로는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구조는 물론 모든 게 엉망인 것이 다 취재됐고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방송을 하려고 해도 위에서 막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후배들은 '정부나 해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주로 청해진해운과 그의 사주 쪽은 비판하는 게 가능하다, 정부 쪽은 차단한다'고 말해요."
"안광한 MBC 사장, 어쩜 그렇게 잔인할 수 있나"- 청해진해운 보도는 일종의 물타기 아닌가요?"청해진해운 보도도 필요해요.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주범 가운데 하나가 청해진이잖아요. 청해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들이 안전에 소홀히 했고 얼마나 과적했고 돈에 혈안이 되어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돈을 오너가 챙기는 구조적인 비리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청해진은 제대로 비판해야 해요.
그러나 사고는 청해진이 일으켰지만 사고 수습은 정부 몫이에요. 제가 보기에 이 정부가 제일 엉망으로 한 거 같아요. 기초적인 통계조차 안 됐고 구조도 제대로 못 했고 제일 나쁜 게 구조는 제대로 못하면서 마치 엄청나게 구조작업 하는 것처럼 거짓말 하잖아요. 때문에 청해진 보도뿐만 아니라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맞죠. 그런데 정부의 문제점은 제대로 지적하지 않으면서 청해진만 하니까 국민들에게 이 사건의 전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거죠. 그래서 물타기라고 보기보단 한쪽만 강조한다는 거죠.
청해진을 다룰 수 있는데 사건 났을 때 구조작업 제대로 안하고 엉망으로 하면서 아이들을 구조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잖아요. 그 다음이 청해진이죠. 거긴 사고를 일으켰고 인명을 경시하고 선장은 대피하란 말도 안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었어요. 또 소위 구원파와 연결된 사람들이 기업을 운영하면서 엉망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취재할 수 있다고 봐요. 그건 당연히 해야할 영역이에요.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 안하면서 한쪽만 하니까 국민들은 초점을 흐린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방송은 아니지만 모 신문의 '선장이 유치장에서 밥도 잘 먹는다'는 비인격적인 보도도 문제 아닌가요?"적어도 사람에 대한 예의, 배려,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인권에 대한 존중, 예의, 배려가 없으니까, 결국 실종자 가족, 피해자에 대해서도 배려가 없는 취재나 보도를 하는 거라고 봅니다."
-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재난 현장은 늘 그랬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이번이 유독 심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전 회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분명히 기억하는 것이 여러 가지 큰 사건이 있었을 때 2000년대 중반까지는 방송이 이렇게 욕 안 먹었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공영방송이 이번처럼 견제, 비판 기능을 하나도 안하기는 처음이에요. 견제 비판 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첫 참사이기 때문에 엉망이 된겁니다. 작년에 방송기자연합회 회원들이 재난보도 연수를 위해 미국에 갔었는데, 그때 미국 FBI 홍보 담당자도 "언론은 우리를 정직하게 만듭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방송의 견제, 비판 기능이 없다면 어느 조직이나 정직하지 않게 되고 자기 이기주의로 갈 수도 있고 이번처럼 대처도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아직도 제대로 안 되고 있잖아요. 그렇게 문제가 되는데도 민간 잠수사가 작업하는데 의료진 한 명 없어서 사망하셨잖아요. 현장에 의료진이 대기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겠죠, 수많은 아이들을 죽여 놓고 민간 잠수사가 작업하는 데 의료진조차 없는 게 왜냐면, 언론의 비판, 감시 기능이 없으니까 안 고쳐져서예요."
- KBS 보도국장은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세월호 뉴스 보도를 둘러싼 잡음이 많습니다. 이는 장악된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이게 뭐냐면, 불행히도 권력하고 같이 가는 거죠. 그리고 창피할 줄 모른다는 것이 더욱 마음 아파요. 굉장히 창피해야 해요. 피해자들이 약자인데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없어요. 잔인하잖아요. 피해자 가족들이 하고 싶은 목소리를 반영 안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고, 어떤 면에서는 폭력적인 거예요. 약자를 무시하는 것은 또하나의 폭력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