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해외 이주노동을 떠나기에 앞서 출국 전 교육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들. 이들은 홍콩, 대만, 싱가폴, 사우디, 카타르, 말레이시아, 한국 등의 국가로 이주노동을 떠나기에 앞서 부푼 꿈을 안고 교육받고 있다.
고기복
에르위아나를 학대했던 고용주는 어떤 사람?홍콩 시내에서 5000여 명의 가사 이주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며, 고용주를 처벌할 것을 촉구하자, 홍콩 경찰은 시위 다음날인 20일에 가사 이주노동자 학대 혐의로 고용주를 전격적으로 체포한다. 체포 당시 고용주는 홍콩 국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고 하다가 잡혔다고 한다. 고용주를 체포한 홍콩 경찰은 인도네시아로 직접 가서 피해 여성인 에르위아나에게 질의 조사를 하였고, 조사 결과 '심각한 신체적 위해'를 가한 혐의로 해당 고용주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 앞서 홍콩 경찰은 고용주 로우(44)가 "전과는 없지만, 매일 남편과 함께 에르위아나를 때리고 고문했으며,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밝혔다. 고용주는 대걸레나 자, 건조대 등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폭행에 이용했는데, 그 결과 에르위아나는 이가 부러지고,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의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이 고용주 체포 사실을 발표하며 언급한 "전과는 없었다"는 말은 가사 이주노동자를 학대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선입견을 일으킬 정도의 행동을 하거나 행적을 갖고 있지 않더라는 것을 말해 준다.
평범한 40대 홍콩 시민이 단지 가난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가사 이주노동자의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했더라는 충격적인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람은 악마의 얼굴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평범한 얼굴을 한 시민이었지만, 편견 혹은 인종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뉴스의 중심 인물이 되고 말았다.
홍콩에서의 가사 이주노동자는 어떤 위치?홍콩에는 약 31만 명의 가사 이주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 이주노동자들의 출신국은 주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이고, 일부는 태국, 스리랑카, 네팔과 방글라데시에서도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사 이주노동자들은 월 평균 50만 원 정도를 받으며 홍콩 가정의 육아와 살림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은 대부분 부부가 맞벌이 직장생활을 한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당연시하는 홍콩인들은 바쁜 직장생활 가운데 가사노동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게 되자,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 자연스런 문화가 되었다. 가사도우미는 인건비가 싼 이주노동자들이다.
홍콩에서 가사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과 연간 7일의 연차와 일요일 휴무는 반드시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보장 장치는 중동 지역의 가사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비교하면 상당히 잘 돼 있고, 홍콩인들의 인식 역시 가사 이주노동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홍콩은 인구의 4배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매해 방문하는 국제도시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의 교류가 자연스럽다 보니, 이민족을 대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자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홍콩인들의 자평과는 달리, 31만 명에 달하는 가사 이주노동자들이 당하는 인권침해는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사회 문제이다. 지난해에는 고용주가 여행을 가면서 가사 이주노동자를 화장실에 묶어놓고 갔다가 탈출한 가사 이주노동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동안 고용주가 행했던 엽기적인 학대 행위가 폭로되기도 했었다. 그 고용주는 아기가 토한 음식을 가사 이주노동자에게 먹도록 하기도 하고, 말을 안 들으면 의자에 묶어놓고 채찍으로 후려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이런 사건 사고 소식은 홍콩에서 흔한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홍콩 당국이 자랑하는 가사 이주노동자에 대한 일요일 휴무 완전 보장에 대해서 혹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홍콩의 주거시설이 워낙 비좁기 때문에 일요일에 온 가족이 쉴 때에 가사 이주노동자까지 함께 할 공간이 부족하다. 홍콩에서 일요일이면 공원마다 넘쳐나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 이주노동자들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뙤약볕 아래로 내몰리는 것이다. 아무리 친구를 만나고, 정보를 교환하며 타향살이 설움을 달랜다고 하지만, 그들이라고 일요일마다 바깥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고 싶겠는가?" 홍콩에서의 이주노동자 위치에 대한 홍콩 당국 혹은 홍콩인들의 자평과 이주노동자들과의 시각 차이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에서 가사 이주노동자 현실우리나라에서 가사 이주노동자가 증가는 중국동포들의 입국과 필리핀 국적의 입주 영어 교사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