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다 해직된 MBC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가운데), 최승호 PD(오른쪽), 박성호 기자협회장, 강지웅 전 노조사무처장이 지난 1월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MBC본부 노조원 44명에 대한 해고·징계 무효 확인 소송 선고공판에서 승소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유성호
- 지난 1월은 2심 판결이었어요. 그럼 대법원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아니에요. 2심이 '징계 무효다. 굳이 징계 하려면 찾아 보니 이런 거 조금 있더라'는 판결이었는데 회사가 대법원에 상고를 안했어요. 그래서 무효가 확정된 것이죠. 저희는 그냥 끝난 것이라 생각했어요. 벌써 6년 전 일이고, 소송에서 무효되었으니 이대로 맡은 일을 하면서 회사 다니면 되겠네 생각했죠. 그런데 징계 당했으니 또 소송을 하면 무효가 나올 거예요.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아마 3-4년 이상 걸리지 않겠어요?"
- 이번 징계의 목적이 뭐라고 보세요?"<PD수첩>이 잘못한 것이라고 계속 말하고 싶은 것이겠죠. 2심 판결에 보면 역대 MBC의 징계 형량을 살펴본 게 있어요.. 예전에 MBC 뉴스에서 일반인을 인터뷰하고 현직 경찰이라고 소개하고, 한 사람의 인터뷰를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인터뷰인 것처럼 나누어 방송한 적이 있어요. 실수라기 보단 왜곡한 것인데, 그 징계가 역대 최고인 감봉 2개월이었어요. MBC가 징계를 어떻게 하나 보니 이런 것조차도 겨우 감봉 2개월이었다는 거거든요. 그러니 <PD수첩>이 그런 잘못보다 더 나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싶었나 봐요."
- 광우병 보도가 나간 지 6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안 끝났잖아요. 때문에 하지말 걸 하는 후회가 들 법도 한데요."아니죠.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러나 '아, 방송 전에 멘트 등을 확인할 시간이 더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은 있죠. 워낙 급박했거든요. 방송 시작되기 2분에 마지막 테이프가 완성되었으니까요.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CP라면 모르지만 제가 한다면 똑같을 거예요. 제 능력이 그것뿐이죠. 능력은 부족했단 생각은 들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PD나 작가 AD, FD 등 전 제작진이 모두 초죽음되게 일했어요. 거의 매번 그렇게 일하했지만 광우병 편은 특히 더했거든요. 그렇게 일하다 실수한 거니 그건 감수해야죠."
- 당시 엄기영 사장의 태도는 어땠나요?"그 당시는 프로그램에 경영진이 사전 간섭을 안했어요. 그들은 경영행위를 할 뿐이고 프로그램의 세세한 것에 대해 관여하고 책임지는 것은 국장이거든요. 물론 국장 인사권은 경영진에게 있죠. 그때 MBC는 뭐 한다고 보고만 할 뿐이지 특별히 해라 마라 하지 않았어요. 아주 드물게 사장이 정치적 이유로 방송을 막으면 PD와 기자와 노조가 항의를 해서 늦게나마 방송은 되었죠. 이런 건 군사정권 시절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엄기영 사장은 일이 터지니까 청와대 관계자 등과 만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 식으로 사태 추이를 보고 받았지 사전에 프로그램에 간여하는 것은 MBC에서 없었어요. 당시 경영진은 <PD수첩>에 대해 사전 아이템 검열을 하려고 했으나 결국 PD들의 자율성은 인정해 주었어요. 그런 시스템 때문에 당시 MBC가 최고의 방송이 될 수 있었고 국민의 신뢰로 황우석이나 광우병, 검사와 스폰서 같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죠."
- 만약 김재철씨가 사장이었어도 똑같았을까요?"광우병 보도는 똑같이 나갔을 거지만 방송 후에 엄 사장이 보인 행태보다 더 지독했을 것이고 청와대의 뜻에 따라 별짓 다 했을 거예요. 적어도 엄 사장은 당시까지만 해도 방송인이었고 언론인이었기에 그 뒤 사장들이 보인 행태와는 달랐어요.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고 봐요."
<뉴스타파> 볼 때마다 드는 생각 두 가지- 최근 예능 PD들이 퇴사 후 종편인 JTBC행을 택하는 것에 대해 자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요. 시사프로그램은 더 심할 것 같은데."심한 정도가 아니죠. 상식적으로 방송은 자발성과 창의성이 생명이에요. 군사조직처럼 상명하복인 조직에서는 자발성과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해요. 그런데 그것을 강요하면 PD들이 힘들고 견디기 어렵죠. 지금 방송을 장악한 세력이 강요하는 상명하복 체계에서 좀 자율성을 찾고 싶은 PD들이 있는 건 사실이죠. 그게 MBC내에서 경영진을 상대로 더 싸워서 얻을 것이냐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서 자유롭게 프로그램할 것이냐라는 선택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죠."
- 조 PD는 어느쪽 이신가요?"종편이나 외부에서는 과거 MBC가 했던 프로그램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황우석이나 광우병, 또는 검사와 스폰서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냐는 거죠. 예능이나 드라마 PD들은 옮겨갈 여지나 조건이 많지만 시사교양PD들은 그런 것이 적어요. 그리고 저는 MBC사람이죠."
- <뉴스타파>라면 가능할 텐데."가능하죠. 그래서 그런 고민 하는 사람도 있는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뉴스타파>는 방송사에서 간 사람들이 만든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 방송에서 제작을 할 수 있었다면 <뉴스타파>가 생겨날 수가 없었겠죠. 저는 <뉴스타파>를 볼 때마다 두 가지가 공존해요. '역시 <뉴스타파> 밖에 없다'는 생각과 또 하나는 '이거 다 <PD수첩>에서 할 수 있는 건데'라는 거죠."
- MBC가 국민에게 외면 받고 있어요. 특히 시사나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은 더 심한데 현재의 MBC 상황 어떻게 보세요?"저희는 MBC 50년 역사 중에 '군사 정부에서도 없었던 아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고 믿고 싶어요.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그런 생각이나 믿음이 틀렸는지 맞는지는 가봐야 알죠. 제 생각이 맞아야 하는데 틀릴까봐 걱정이죠".
- MBC가 공정 방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저는 앞으로 MBC가 이런 꼴을 안 당하려면 정권에서 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장은 정권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임명하는 거잖아요. 여야가 6:3구조인데 이것을 5:4로 10명 대 8명이랄까 아니면 11명 대 9명으로 비슷하게 만들어 놓아야 해요. 그럼 적어도 김재철씨 같은 자격 없는 사람일 경우에는 같은 편에서도 선임을 안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공영방송사를 완전히 자기네 행정 조직인양 여기며, 방송을 이용해서 좀 더 출세하려고 하는 자들이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한 이런 상황은 해소 안 될 것이란 거죠.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그래서 고통 받는 게 MBC 구성원만이라면 그건 견딜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그 고통이 결국 국민에게 간다는 거예요. 언론이 정권을 감시하지 못하면 그 정권은 필연적으로 악수를 두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가요. 이탈리아가 그런 예에요. 경제 파탄이 될 때까지 언론 재벌 베를루니코스 총리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잖아요. 언론을 장악하면 당장은 좋은 거 같지만 결국은 피해가 정권은 물론 국민에게 가요. 언론 장악 안한 독재국가 없지만 다 망하지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언론이죠. 저희가 MB정권의 공격을 받을 때 <오마이뉴스> 등 올바른 언론 덕분에 버텼죠. 조중동 등의 여론조작에 현혹되지 않는 <오마이뉴스> 독자들은 그런 면에 있어서 깨어있는 독자가 아닌가 생각해요. 요즘에는 특히 더 깨어있어야 할 필요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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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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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징계 싸움만 6년... MBC 떠나고 싶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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