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애(愛)
김지현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김애자, 이애숙, 정미애, 권애숙, 강애란, 박애경, 유정애, 한영애…. 최근에는 영화배우 수애까지…. 주로 여성 이름 가운데나 끝에 쓰였던 '애'는 두말할 것 없이 모두 '사랑 愛(애)'다. 어디 여성의 이름뿐이었으랴. 한자어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는 이 '愛'를 여러 분야에 골고루 즐겨 썼다. 애장품, 애용품, 애교심, 애향심, 애국가, 부부애, 형제애와 같은 말 또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영화제목 '애마부인'과, 북쪽 사람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쓰는 '경애하는'까지. '愛'는 어디든 갖다 붙이면 좋은 말이었다. 장안의 화제였던 '애마부인(愛馬婦人)'은 개봉을 앞두고 영상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애마부인(愛麻婦人)'으로 강제 개명됐다고 한다. 말을 사랑(愛馬)한다는 게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그랬다는 후문이다.
요즘에는 적어도 여성들 이름에는 '愛'를 잘 안 쓰는 듯하다. 어딘지 촌스럽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예로부터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상에 뿌리를 튼실히 내린 가운데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 게 최고의 미덕임을 철석같이 믿어 왔던 우리가 그 좋은 말을 함부로 내칠 리는 없을 터….
그런데, 작명계에서 속절없이 밀려나 잠시 방황하던 '愛'가 최근 들어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바로 광고 카피나 제목 등 영역에서다.
'음악愛 빠진愛', '가을은 독서愛 계절', '나愛 사랑' 같은 식으로 愛가 마구 쓰이고 있다. 그림을 보면 '디자인이 (요즘 애들 말로) 제법 간지가 난다'. 구체적인 예를 더 살펴보자.
여기저기 愛·愛·愛.... 좀 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