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가 마자막으로 쓴 유묵(안중근기념관 소장).
안중근기념관
'그래, 나는 이것을 위해 오늘까지 살아왔던 거야.'
안중근은 붓을 들고는 온 정성을 다해 힘차게 써내려갔다.
爲國獻身軍人本分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謹拜아주 통쾌했다. 마치 농부가 추수를 끝낸 들판을 바라보는 흐뭇한 심정이었다. 아니 목동이 양떼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는 평화로운 심경이었다. 군인이 임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뿌듯한 마음이었다.
안중근은 온갖 정성을 다한 화룡점정의 마음으로 왼손에 먹을 묻힌 뒤 낙관을 찍었다.
"신품(神品)입니다."곁에서 지켜보던 지바가 감동하면서 말했다.
"그동안 고마왔소.""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그 뒤 지바는 뤼순감옥 근무를 마치고 간수직을 퇴직했다. 지바는 고향으로 돌아온 뒤 센다이에서 철도원으로 근무하면서 그의 집 한편에 안중근의 반명함판 사진과 이 유묵 족자를 신주처럼 모셨다.
그는 그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안 의사의 명복을 빌었다. 1944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도 남편을 따라 아침저녁 안중근의 사진과 유묵 앞에서 예를 드렸다. 그들 부부는 후사가 없자 조카 미우라를 양녀삼아 이 일을 잇게 했고, 미우라는 뒷날 이 유묵을 한국 안중근기념관에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