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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대표가 되신 지 1년이 되었는데 지난 1년 어떻게 평가하나?"먼저 100%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비당파·독립언론의 가능성을 확인한 1년이었다. 2012년에 <뉴스타파> 시즌1이 일종의 한시적 프로젝트로 운영됐다면 2013년 1년은 <뉴스타파>가 지속가능한 모델이라는 것을 증명한 시기였다고 본다. 또 지난 한 해는 <뉴스타파>가 추구하고 있는 탐사저널리즘이 우리 언론에,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재확인한 시기였다.
<뉴스타파>가 비록 신생조직이고 취재인력도 적지만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 그리고 탐사보도 원칙에 충실한 취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들을 꽤 만들어냈다. 해외의 여러 독립 탐사보도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 시스템을 맺은 것도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해직 언론인들의 결사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점점 탐사보도 전문 독립 언론기관으로서의 틀을 잡아 가고 있는 단계다."
- 지난해 '조세피난처' 보도와 국정원의 대선 개입사건을 집중보도해 이목을 끌었다. <뉴스타파>가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인데."그렇게 봐주셔서 고맙다. 열심히 했지만 사실 운도 좋았다. 조세 피난처나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고 <뉴스타파>가 주도한 의제였기 때문에 조직의 역량 대부분을 투입했다. 다행히 의미 있는 기사들을 잇달아 생산할 수 있었고 사회적 파장도 컸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이 모두 합심해서 노력한 결과다.
<뉴스타파>라는 뉴스 브랜드, 그리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라는 기관 이름이 이제 제법 알려지고 있다. 고급정보나 제보도 많이 들어온다. 취재 여건이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뉴스타파> 기사를 신뢰하고, 인용하는 언론도 많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 또 지난해 다른 나라 독립언론을 직접 취재하여 보도했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을텐데 어땠나?"사실 능력만 된다면 끝까지 취재 현장을 지키고 싶은 게 욕심이다. 지난해 독립언론 취재는 인터뷰 위주의 시리즈물이었기 때문에 사실 취재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폴 스타이거나 빌 부젠버그 등 미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주요 탐사보도 기관의 설립자나 대표 등을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만나 인터넷,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역할, 탐사보도의 중요성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시 시리즈는 현재 5편까지 제작돼 방송됐고,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세상을 바꾸는 힘, 비영리 탐사매체'라는 시리즈 제목으로 묶어져 있다. 시간의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상세하게 그들의 인터뷰를 다뤘는데 일반 시청자뿐 아니라 언론인이나 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 다른나라 독립언론을 취재하며 느낀 점도 많을 것 같은데."저널리즘이 거대 신문이나 방송사 등 전통적 언론기업에 의해 좌우되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 설립자나 대표들을 연달아 인터뷰했는데 프로퍼블리카, CIR, CPI, ICIJ, 인사이드 클라이밋 뉴스(ICN) 등이다. 인력이 많아야 70명, 적은 경우 6명 정도의 소규모 매체들이지만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말해 강소매체들이다.
미국엔 이같이 작은 조직이지만 실력있는 매체들이 근년 들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비영리, 비당파를 표방하고 있다. 돈벌이에만 혈안이거나 지나치게 정파적 뉴스를 퍼트리는 전통적 매체에 대한 환멸과 반발이 이런 독립 언론의 탄생을 추동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의 특징은 단순한 대안 매체가 아니라 주류 매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퍼블리카'는 설립 5년 만에 두 개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역시 신생언론인데다 사무실도 없이 기자는 6명에 불과한 ICN도 지난해 퓰리처상을 받아 언론계를 뒤집어 놓았다. 독립 언론의 부상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뉴스타파>도 참가했던 지난해 GIJN 총회는 국제 탐사보도 기관과 언론인들의 제전인데, 가맹 조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저널리즘 지형이 공급자 중심에서 쌍방향으로, 대형에서 소형화·전문화로, 이윤 지향에서 공공성 강화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추세라는 것을 느꼈다. 또 소셜 네트워크와 데이터가 그 변화의 중심축에 있다."
- 다른 나라 독립언론보다 <뉴스타파>의 장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글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를 설립할 때 벤치마킹한 조직이 프로퍼블리카나 CPI, CIR 같은 비영리 탐사보도매체였다. 그들의 장점, 노하우 등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뉴스타파>를 보고 매우 경이롭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수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풀뿌리 후원이다.
지난해 해외 독립언론 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CPI에 갔을 때 아침 편집회의를 촬영한 적이 있다. 그 때 NPR 부사장 출신인 부젠버그 대표가 <뉴스타파>를 편집국 간부들에게 소개하며 여러 번 강조한 말이 바로 3만여 명의 후원자였다.
부젠버그의 입에서 3만여 명이란 말이 나올 때 편집회의 장에선 탄성이 나왔다. 주로 소수의 공익재단이나 거액을 쾌척하는 '천사 기부자'에 의존하는 그들의 입장에선 수만 명의 소액 후원자가 후원하는 <뉴스타파> 모델이 낯설면서도 부러워 보였던 것이다. CPI뿐 아니라 지난해 GIJN의 글로벌 탐사보도 총회나 IRE 총회 등에서도 <뉴스타파> 모델이 화제가 됐다.
미국이나 유럽 쪽 독립 언론들도 소수의 큰 손 후원자 못지 않게 수많은 소액 후원자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최근 소액 후원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결이 뭔지 가르쳐 달라는 문의도 있다."
- <뉴스타파> 초대 앵커를 지낸 노종면 기자가 <국민TV>로 갔다. 초대앵커라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을 법한데."노종면 기자는 이명박 시대 해직 1호 기자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그 전에 탁월한 저널리스트다. <국민TV> 개국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종면 기자가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크다.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부패, 부정, 비리, 공적 시스템의 오작동 등을 집중적으로 취재한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다 전할 수 없다.
반면 <국민TV>는 매일 한 시간 데일리 뉴스를 한다고 들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노종면 기자가 <국민TV>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게 믿음직하고 다행스럽다."